기술 평준화… 빅데이터로 기부처 선택 업무 효율화 넘어 생존과 경쟁력 좌우 진정성 중요… 윤리적 기준 명확히 해야
기부 문화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야 하는 비영리 현장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활용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자료 조사와 수치 분석 등 다양한 업무에 AI가 활용되면서 모금가들의 일하는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홍도은 열매나눔재단 임패트사업본부장은 7일 AI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사이의 격차가 앞으로 더 빠르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영리 현장 전문가들에게 인공지능(AI)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비영리 조직일수록 AI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자료 조사, 데이터 분석 같은 업무를 AI가 빠르게 처리하면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구조가 현실이 됐다”며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조직의 생존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전히 ‘사람의 몫’은 작지 않다는 판단이다.
홍 본부장은 “비영리 조직의 핵심 역할은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그 흐름에 맞게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데 있다”며 “어떤 사회 문제를 선택하고, 어떤 방향으로 자원을 연결할지에 대한 판단은 단순한 정보처리의 문제가 아니다. 관점과 해석이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AI 발전으로 기부 추천의 개인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본부장은 “우리가 쇼핑 앱에서 ‘이런 상품은 어떠세요·’라는 추천을 받는 것처럼 기부자가 관심 가졌던 사회 이슈나 참여했던 캠페인, 기부 이력을 바탕으로 적합한 기부처를 제안하는 구조가 기부영역에도 점점 정교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금 현장에선 AI 활용에 관해 표절이나 거짓 정보를 우려하곤 한다.
익명의 한국모금가협회 전문회원은 “AI를 활용할 때 기존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표절사항이 없는지 살펴야 하고, 거짓 정보가 담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캠페인을 위한 이미지를 다룰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빈곤 이미지를 검색하면 흔히 ‘빈곤 포르노’에 해당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모습이 표출되곤 해서다. 그는 “이런 이미지를 분별없이 사용할 경우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도 “AI가 만든 이미지가 ‘진짜’의 대역인지, 아니면 완전한 ‘가짜’인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반문을 시민 패널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며 “실제 존재하지도 않은 고통스러운 장면을 가짜로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기부 캠페인, 나아가 기부에 대한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부분이라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AI를 활용할 때 기준 확립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 본부장은 “AI는 사람의 감정과 맥락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결국 중요한 건 AI를 어디까지 쓸 것인지, 그리고 반드시 사람이 책임질 부분에 대한 기준을 조직 차원에서 명확하게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AI를 활용한 비슷비슷한 기부 캠페인 속에서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에 동참하게끔 이끄는 힘은 결국은 모금가의 기획력과 소통능력에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