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긴장 다시 악화…美·이란 호르무즈 교전에 휴전 붕괴 위기

'해방 프로젝트' 첫날 무력공방…주변 걸프국도 한달만에 피격
호르무즈 통제권 둘러싼 대치 속 애먼 한국 선박에 의문의 폭발
종전협상 접전없는 교착…휴전지속·확전 갈림길에 유가↑ 주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의 탈출을 유도하는 '해방 프로젝트'(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에 착수하자마자 교전이 불거져 휴전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종전협상 교착과 불안한 휴전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전쟁 당사국의 새로운 대치 국면이 형성되고 무력공방까지 불거지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좌우하는 중동의 긴장은 다시 급격히 악화했다.

호르무즈 해협. AFP연합뉴스

◇ 미국 '해방 프로젝트' 첫날 미국·이란 서로 군사적 공격



외신을 종합하면 미군은 해방 프로젝트의 실행 첫날인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내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무력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상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유도하고 이란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교전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란과의 전쟁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아파치 헬기를 동원해 상선을 위협하던 이란 고속정들을 격침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에 발사한 순항 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미국 군함이 요격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날 오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들의 탈출을 지원하는 해방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힌 뒤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며 미국의 계획에 군사적 대응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뒤 실제로 무력을 사용했다.

앞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 통제를 강화했다며 전체 항로를 틀어막는 식으로 통제 구역을 확대한 새긴 지도를 공개했다.

이는 해당 구역에 외국의 군대, 특히 미군이 진입하거나 접근을 시도한다면 군사력을 사용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을 해방하는 프로젝트를 인도적 조치로 규정하고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이란의 이 같은 대치와 충돌 때문에 종전 기대는 약화하고 전쟁이 확대될 수 있는 위험한 새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AFP연합뉴스

◇ 주변 걸프국 다시 피격…애먼 한국 선박에 의문의 폭발

지난달 8일 양측의 휴전 발효 이후 약 한 달간 멈췄던 이란의 걸프 지역 공격도 재개됐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는 4일 이란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드론 총 19발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격으로 UAE 주요 에너지 시설인 푸자이라 석유화학단지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제선 지도를 보면 해협 '통제 범위'가 기존보다 남쪽인 푸자이라 인근까지 확장됐다.

푸자이라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원유 수출 터미널이 있는데, 이란의 영향력 확대로 원유 공급망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사 운용 선박에서도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8시 40분께 호르무즈 해협 안쪽 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우리 선사 운용 선박 1척(HMM NAMU, 파나마 국적)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현재로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해방 프로젝트' 작전과 관련한 선박 이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과 이란의 대응 과정에서 선박이 피격당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종전협상 헛바퀴…핵·호르무즈 등 접점 없어 진전 가능성 희박

미국과 이란은 물밑에서 수정된 종전안을 거듭 제시하며 종전 협상을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나 공회전을 거듭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이 먼저 9개 항의 종전안을 제시하자 이란이 14개 항의 수정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 공영 칸 방송 인터뷰에서 "검토해봤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답변을 받아 여전히 검토 중"이라며 "미국 측의 요구가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외신으로 전해지는 요구안을 살펴보면 미국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속한 승전 선언의 명분과 직결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원하지만 이를 외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권 협상을 매듭지은 뒤 다음 단계로 핵협상을 진행하자는 입장을 견지하며 미국에 합의 조건으로 전쟁 배상금까지 요구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주유소. AFP연합뉴스

◇ 호르무즈 대치 따른 확전 우려에 유가 급등하고 주가 된서리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위태로워지면서 국제유가는 공급감소 우려에 급등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4.44달러로 전장보다 5.80%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106.42달러로 전장보다 4.39% 올랐다.

전쟁이 확대된다면 에너지 시장을 출발점으로 글로벌 경제가 다시 연쇄적 충격을 받는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이 같은 불안이 반영된 듯 연일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증시도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1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0.41%), 나스닥 종합지수(-0.19%)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