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인 5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는 작은 유니폼을 입은 꼬마 팬들로 가득 찼다. 엄마, 아빠 손을 꼭 잡고 야구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기자가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예요?” 잠깐의 망설임도 없었다. 볼을 발그레 물들이며 아이들 입에서 나온 이름은 하나같이 ‘최정’이었다.
이날 세계일보와 인터뷰한 어린이 팬들의 평균 나이는 8세. 알록달록한 응원 도구를 들고 눈을 반짝이던 꼬마 팬들은 저마다 ‘최애 선수’가 확실했다.
SSG 어린이 회원인 6세 정은우 군은 아빠와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기자의 질문에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다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어린이날에 야구장 와서 너무 신기하고 좋아요. 최정 삼촌이 멋있어서 좋아요.” 그러곤 아빠 뒤로 살짝 몸을 숨기면서도 “14년 뒤엔 선수로 야구장에 올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차게 외쳤다.
두 살 터울의 형제도 야구장을 찾았다. 야구는 조금 아는 정도라는 형 승후(9) 군은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아빠가 좋아하는 최정 선수 응원하러 왔다”며 “최정 선수 파이팅!”을 외쳤다. 옆에서 귀를 기울이던 동생 승안(7) 군도 질세라 까치발을 들고 “저도요, 최정 선수 좋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혁직(10)·김예직(7)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날 축제를 한다고 해서 왔다”며 수줍게 웃으면서도 “최정 선수가 제일 좋아요”라고 입을 모았다. 곁에서 듣던 형제의 아버지는 “어제까지만 해도 동물원에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응원 노래를 부르면서 야구장에 가자고 졸랐다”면서 “갑작스럽게 오게 됐지만 어린이날에 뜻깊은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도훈(8) 군도 최정과 에레디아를 꼽으며 홈런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홈런을 잘 치는 게 멋있어요. 최정 삼촌이 엄청 연습을 많이 해서 홈런을 잘 치는 것 같아요”라며 눈을 빛냈다.
꼬마 팬들이 최정에게 빠져든 이유는 단순했다. 화끈한 타격, 잘생긴 외모,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홈런. 어른들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아이들만의 눈높이로 표현된 대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리틀야구 선수인 전승리(10) 군만은 달랐다. 또래들과 달리 눈에 힘을 주며 거침없이 말했다. “저는 조병현 선수요. 직구가 진짜 빠르거든요. 처음엔 김광현 선수 좋아했는데 조병현 선수 직구 보고 완전 팬 됐어요.” 야구를 알고 좋아하는 아이의 눈빛이 남달랐다.
이날 랜더스 구장의 시타·시구는 어린이로 꾸려졌다. 꼬마 팬들보다 다소 연령대가 높은(?) 장시후(15) 군은 초록우산 초청으로 시타를 하게 됐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도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면서 롤모델로 조형우를 꼽았다. “조형우 형은 팬들한테도 잘하고 야구도 잘한다”며 “언젠가 SSG 후배로 형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다짐했다.
어린이날 야구장을 찾은 꼬마 팬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다. 10년 뒤에도 랜더스필드를 찾을 미래의 팬들이다. 어린이날 처음 잡은 응원 도구, 처음 외운 선수 이름 하나가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