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개헌 또 무산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7년 1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다. 개헌안의 골자는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개헌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 개헌 제안은 한마디로 ‘정략’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본인도 임기를 1년여 앞둔 2016년 10월 개헌을 전격적으로 제안한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국정 동력이 급속히 악화하자 국면 전환이 필요하던 시점이었다.

김영삼정부 이래로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개헌론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여러 정치 주체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며 개헌론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도 ‘최순실 게이트’ 전에는 “블랙홀”이라며 개헌에 반대해 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제기되자 탄핵 정국의 논점을 흐리는 꼼수라며 일축했으나, 지금은 개헌에 적극적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주도로 39년 만에 추진되는 ‘단계적 개헌안’이 내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 원내대표들은 지난달 3일 187명 의원 명의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개헌안은 부마 민주항쟁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요건 강화 등이 핵심이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 12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개헌안이 통과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개헌안 내용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선거용 졸속 개헌’이라며 당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가 동시에 치러지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국민의힘의 반대로 이번에도 개헌은 무산될 공산이 커 보인다.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개헌이 성사되려면 국민의 뜨거운 열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헌에 주저하는 정치세력을 압박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