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5만원’ 주변 시세 절반인데 ‘풀옵션’까지… 청년들 몰렸다

비주택 리모델링 성공 사례 ‘에스키스 가산’ 가보니

풀옵션 원룸주택 181가구로 개조
입주 당시 3000여명 지원 인기
월세 25만~30만원… 시세의 절반
디지털 교육·취업 연계프로 운영

공실 상가·오피스 매입 ‘집’으로
LH, 매입임대사업 4년 만에 재개
공급 대상도 신혼부부까지 확대

“제가 살고 있는 방은 월세가 25만원 정도 나와요. 관리비는 8만원이에요.”

지난달 30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에스키스 가산’에서 만난 청년 창업가 노동균씨는 이렇게 말하며 저렴한 주거비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에스키스 가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운영난을 겪던 3성급 비즈니스호텔(해담채가산)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한 청년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회적 기업인 나눔하우징과 약정을 체결하고 나눔하우징이 직접 호텔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LH가 이를 매입하는 ‘매입약정’ 방식으로 추진됐다. 입주민들은 저렴한 임대료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보증금은 800만∼1290만원, 월세는 25만∼30만원 수준으로 주변 시세의 절반 정도다. 신림에서 살다 이곳으로 이사 온 임지윤씨는 “4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방을 구하려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만원 정도였다”며 “여기는 훨씬 저렴해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에스키스 가산’ 내부 모습. 침대와 주방, 세탁기 등이 갖춰진 원룸형 구조로,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에스키스 가산은 전용면적 16∼28㎡ 규모의 원룸형 주택 181가구로 구성됐다. 세탁기와 냉장고, 인덕션, 침대, 책상 등 가전·가구가 포함된 ‘풀옵션’ 형태다. 주거 공간은 3층부터 19층까지다. 대학 기숙사와 비즈니스호텔의 중간 형태에 가까운 구성이다. 초기 입주 당시 181가구 모집에 약 3000명이 지원했고, 최근 추가 모집에서도 16가구 모집에 약 2400명이 몰리는 등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젊은층이 다수 거주하는 만큼 입주민 간 교류도 활발하다. 지하와 공용 공간에는 스터디룸과 공유책방, 피트니스 시설 등이 마련돼 있고, 구체적인 디지털 교육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공실 상가·오피스·숙박시설 등 비주택을 매입해 주거용으로 바꾼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LH가 직접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거나, 민간이 정비한 주택을 사들이는 매입약정을 병행한다. 김도곤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지원과장은 “병행 방식으로 사업 속도가 높아졌다”며 “도심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입지 여건이 좋은 곳에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입 대상은 준공 후 30년 이내 근린생활시설과 업무시설, 숙박시설 등으로 확대됐다.

공급 대상은 기존 청년 중심에서 신혼부부까지 확대됐고, 오피스 등 비주택을 활용해 넓은 평형 공급도 가능하다는 게 LH 측의 설명이다. 가격 산정 기준은 까다로운 편이다. LH는 감정평가액과 리모델링 이후 가치를 바탕으로 공사비 등을 반영해 매입가격을 정하고,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상에서 제외한다. 국토부와 LH는 현재 2000가구 규모 매입 공고를 진행 중이며, 비주택 리모델링을 통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용 회의실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

다만 한계도 있다. 건물 구조에 따라 주거용으로 바꾸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여러 사람이 나눠 소유한 건물은 동의를 받아야 해 사업이 늦어지기도 한다. 이해성 나눔하우징 대표는 “지자체마다 심의 기준과 요구 조건이 달라 협의에 시간이 걸린다”며 “공실 상가 등 활용 가능한 자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 조건은 기존 매입임대주택 기준이 적용된다. 저소득층은 시세의 30% 수준, 일반은 70% 이내, 신혼부부는 최대 80% 수준이다. 처음 2년 계약을 맺고, 이후 소득 심사를 통과하면 계약을 연장해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임씨는 “대학가에서 자취해도 침대와 책상 다 사야 하는데 여기는 그런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결혼하기 전까지 이곳에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