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가길래”… 광주서 여고생 ‘묻지마 살해’

20대男 “자살 고민 중 범행 결심”
비명 듣고 온 남학생까지 습격
11시간 만에 주거지 인근 체포
경찰 ‘이상동기 범죄’ 규정 수사

어린이날 새벽 광주 도심에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피의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범행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이상동기범죄(묻지마 범죄)’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5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장모(24)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이날 0시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고교 2학년생 A(17)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비명을 듣고 달려와 이를 제지하려던 고교 2학년 B(17)군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힌 혐의도 받는다.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살인 혐의 등을 받는 20대 피의자 장모 씨를 경찰이 긴급 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A양은 끝내 숨졌으며, B군은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조사 결과 피해 학생들은 서로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이었으며, 장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며 “전혀 모르는 사이인 피해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별한 원한 관계나 경제적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력을 행사한 점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이상동기범죄 유형으로 규정했다.

 

범행 직후 승용차와 택시 등을 갈아타며 도주했던 장씨는 사건 발생 11시간 만인 오전 11시24분쯤 광산구 첨단지구의 주거지 인근에서 검거됐다. 장씨는 다른 범죄로 경찰에 신고됐거나 처벌받은 이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씨를 상대로 프로파일러 면담과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진행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를 규명한 뒤 이르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어린이날 새벽에 전해진 비보에 지역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사건 현장 인근의 상인 이모(45)씨는 “평소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안전한 길목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소름이 돋는다”며 “이상 동기 범죄가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밤길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일면식 없는 대상에 대한 돌발적 폭력은 사전 징후 관리가 중요하다”며 “치안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정신건강 관리 체계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사건 직후 대책지원반을 구성하고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교육청은 숨진 A양의 장례식장과 부상을 입은 B군의 치료 병원에 직원을 파견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두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교직원 대상 심리 상담과 치료 지원을 추진하고, 관내 전체 학교에 안전교육 강화와 야간 외출 지도 강화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