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소행”… 韓 작전 참여 압박

호르무즈 한국 선박 사고

“한국도 합류할 때 됐다” 강조
이란 공격 근거는 제시 안 해
“우리가 조사할 것” 밝히기도
헤그세스 “韓이 더 나서주길”

이란전쟁 여파로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한국 해운사 HMM의 선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화물선을 이란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미국의 작전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했다. 지난 3월 5개국을 향한 호르무즈해협 작전 참여 요구가 있은 이후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작전 동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처음으로 본격화된 양상이다.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호르무즈해협 내측 해상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한국국적 해운사 HMM 소속 나무호의 사고 이전 모습. 한국선급 제공, 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해방 프로젝트) 작전과 연관된 선박 이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고 적었다. 호르무즈해협 내 정박해 있던 한국 해운사 HMM의 선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한국 정부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단정적으로 이란의 공격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주장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날부터 그간의 이란의 봉쇄조치로 호르무즈해협과 그 주변에 갇힌 각국 선박이 제 갈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작전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물에서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호르무즈해협 경색 해소 노력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5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해협 관련 요청에 한국이 응할 조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더 나서주길(step up) 바란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어 “일본, 호주, 유럽도 나서주기를 바란다”면서 “그들이 나서기를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너선 컬 ABC 뉴스 백악관 출입기자는 엑스(X)에 올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날 전화통화 내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선박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그걸 조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컬 기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주체를 밝히지는 않은 채 “한국 선박을 겨냥해 다수 발포가 이뤄졌고 한국이 어떤 식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그건 혼자 운항하던 한국 선박이었다”며 “(해방 프로젝트에 따라) 호위를 받는 선박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3월14일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호르무즈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하라고 공개 요청한 바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도로 에너지 수급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 나라들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작전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의 호응이 없자 트럼프 대통령은 실망감을 드러내 왔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는 미국이 수만명의 미군을 각 국가에 배치하고 있는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며 공개적으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다 잠정적으로 이란의 행위일 가능성이 있는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내 폭발 사고가 일어나자 이를 구실로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작전 참여를 본격 압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선박이 이란의 공격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관련 대응과 미국의 작전 참여 요구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판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에 기여하지 않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 관세 인상과 미군(주독미군) 감축 등으로 보복에 나선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을 선두로 지목해 일본 등 다른 동맹국들을 재압박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교착 중인 한·미 원자력 협력 논의나 올해 말로 갈수록 수위가 높아질 대미 투자 압박 등 한·미 간 현안이 중첩한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시 난제를 맞닥뜨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