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세대 실손보험’을 내놨다. 과잉진료로 보험금 지급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실손보험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5세대 실손 핵심 내용은
금융위원회는 5세대 실손의료보험을 6일부터 판매한다고 5일 밝혔다. 금융위는 “실손보험이 보편적 의료비(급여)와 중증질환 치료비 중심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상품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했다”며 “필수적 보장은 든든하게 하면서 보험료 부담은 낮춘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6일부터 가입할 수 있는 5세대 실손보험은 실손보험의 사적 의료안전망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강화하면서 기존 보험에서 불거진 부작용들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급여 부문 중 입원 치료에 대한 보장은 현행(실손 자기부담률 20%)을 유지하되 통원(외래) 자기부담률은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과 연동한다. 의료기관이나 진료항목 등에 따라 본인부담률이 달라지면서 건강보험 본인부담제의 정책효과가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임신·출산 및 발달장애 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신규항목을 추가해 저출생 시대에 출산·육아와 관련한 필수 의료비 보장도 강화하기로 했다.
비급여 부문 중 중증 비급여는 현행 보장 틀(한도 5000만원, 자기부담률 30%)을 유지한다. 또 상급·종합병원 입원 치료비의 연간 자기부담 상한(500만원)을 신설해 초과분에 대해선 실손보험으로 보장해준다. 반면 비중증 비급여는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과잉 이용 우려가 큰 근골격계 물리치료 등은 보장을 제외키로 했다. 미등재 신의료기술(첨단재생의료 등 포함)이나 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제 등을 보장대상에서 제외해 과잉의료로 인한 지출 증가 부담을 다른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5세대 실손은 4세대 대비 약 30% 저렴해지고 1·2세대 상품보다는 최소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만큼 보험료 인하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실손보험 상품체계 재편에 나선 것은 기존 1∼4세대 실손보험에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65%가 보험금 수령 없이 보험료만 납부하고 있는 반면 보험금 수령 상위 10%에게 전체 보험금의 약 74%가 지급되는 상황이다. 특히 2024년 기준 물리치료 등 비필수 치료가 비급여 실손 보험금의 약 50%를 차지했다.
5세대 실손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는 6일부터 16개 보험회사에서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 방문 또는 보험설계사, 보험다모아, 콜센터 등을 통해 가입신청이 가능하다. 5세대 실손 가입 시 소비자는 비급여특약 부문을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다. 본인 의료이용 성향과 보험료 부담 수준 등에 맞춰 가입 범위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실손(1∼4세대)가입자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회사의 5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다. 5세대 전환은 별도 심사 없이 이뤄지고 계약전환을 한 이후에도 보험금 수령이 없는 경우엔 6개월 이내에 전환을 철회하고 기존 상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정부 보유세 개편 본격화 전망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다음 카드로 보유세제 개편을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다주택자 등 유형별로 세 부담을 달리하겠다고 재차 강조하면서다. 우리 보유세 수준이 주요국 대비 낮다고 정부가 보고 있는 만큼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내달 지방선거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보유세 강화 관련 논의가 본격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진국 주요 도시와 비교한 우리 보유세 수준이 낮은 데 대해 “저도 궁금했다”(3월23일 X)며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민간 부동산 대비 한국의 보유세 세 부담 비중은 0.21%(2022년 기준)로 영국(0.64%), 일본(0.49%), 프랑스(0.34%) 등보다 낮았다.
각종 연구 결과는 보유세가 낮은 국가의 점진적 세 부담 인상 효과를 지지한다. ‘부동산 조세의 주택시장 안정화 효과’(2018년) 논문에서 연구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1980~2015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보유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세율을 인상할 경우 주택가격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반면 보유세율이 높은 국가에서의 세율 인상은 오히려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일단 법 개정 없이 보유세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들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인 공정시장가액비율(현재 60%)을 상향하는 방안과 함께 이전 정부 때 69%까지 낮아졌던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김용범 실장이 주택 유형별로 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만큼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보유세 부담에 차등을 주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거래세의 경우 투기 목적에 대해 세 부담을 늘리는 방향이 강조되고 있다. 양도세 장특공제가 대표적이다. 양도세는 소득세에 속하지만, 시세차익에 부과되기 때문에 거래세 성격도 갖는다. 양도세 장특공제는 보유와 거주 기간에 따라 40%씩 최대 80% 공제해주는 제도로, 매도가격 12억원까지 비과세된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래 소유했다는 이유로 양도세를 깎아주라고 주장할 이유가 없다”(4월18일 X)고 밝힌 만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줄이고 거주 기간에 대한 공제 혜택을 늘리는 식으로 제도가 설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양도세 ‘매물잠김’ 현상도 공제 수준을 시기별로 조정하면 오히려 시중에 매물이 늘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제도 자체가 조세 형평을 높여주기 위해 도입된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경영학)는 “부동산은 5~10년 누적되는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1년 단위로 매기는 소득과세보다 너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장특공제는 부동산을 오래 보유한 것에 혜택을 주는 기능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유세를 강화한 만큼 거래세를 낮춰주는 조합을 추진해야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