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모이면 큰 힘… 기부도 즐겁게 ‘퍼네이션’ 뜬다 [S스토리-변화하는 기부 문화]

건강 챙기며 나눔 실천 ‘기부런’ 확산
게임·챌린지 등과 접목 재미 극대화
반려동물 이름으로… 스타와 ‘매칭’

일반 시민들 참여 이미 선진국수준
가상자산도 기부 물꼬… 확산 기대
문턱 낮추게 가이드라인 완화 필요

지난해 경기 시흥시의 러닝 동호회에 가입한 김모(40)씨는 올해 3월1일 크루원들과 3.1㎞를 달린 뒤 1만원을 기부했다. 김씨와 같은 마음이 모인 시흥해방러닝크루는 라면 50박스를 시흥시1%복지재단에 기부하고 전달식도 열었다. 회원이 200명이 넘는 이 크루는 지난해 11월에도 100만원을 시흥시 배곧1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다. 김씨는 “기부런은 처음이었는데 건강도 챙기고 좋은 일도 할 수 있어 앞으로도 자주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나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7일 사랑의열매가 최근 발간한 ‘기부트렌드 2026’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기부자들이 가장 트렌디하다고 느낀 기부는 게임이나 챌린지와 접목한 기부와 ‘기부런’이 꼽혔다. 위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한 가상의 이미지. Chat GPT 생성

2024년부터 확산한 ‘기부런’이 정착하는 동시에 게임 등과 결합한 ‘콘텐츠를 입은 기부’가 주목받는 모습이다. 디지털 자산을 이용한 기부 사례도 지난해 처음으로 나왔다. 모금단체들은 가상자산 기부 절차를 완화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7일 사랑의열매가 최근 발간한 ‘기부트렌드 2026’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기부자들이 가장 트렌디하다고 느낀 기부는 게임이나 챌린지와 접목한 기부와 ‘기부런’이 꼽혔다. 기부 행위가 콘텐츠와 결합해 재미 요소 속에서 참여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빵빵런’에 참여한 임수빈(21)씨는 “평소에 빵과 러닝을 좋아하는데 기부까지 할 수 있어 더 기뻤다”며 “캐릭터도 귀엽고 인스타그램으로 홍보도 많이 해서 트렌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빵빵런은 참가자 1인당 빵 1개씩이 지역아동센터에 기부된다. 지금까지 총 2만여개의 빵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가 기부 후 전 세계 후원…“지금도 계속”

전문가들은 기부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이 호응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참여형 기부가 계속 큰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기부자들이 단순 참여자가 아닌, 콘텐츠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확장하며 자신의 ‘서사’로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하는 ‘펫기부’도 마찬가지다. 2023년 9월 사랑의열매가 ‘착한펫’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월 2만원 이상 정기기부를 실천할 경우 회원증이 발급된다.

고양이 ‘쁜이’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박주신(46)씨는 주변에 착한펫 프로그램을 적극 알리고 있다. 사랑의열매 경기북부 1호 착한펫 기부자인 박씨는 “2018년 유기묘를 구조해 인연이 된 쁜이 이름으로 기부하는 일이 일상에 활력이 된다”며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는데 앞으로도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팬덤기부도 좋아하는 것으로 기부의 즐거움을 극대화한 사례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이 미 인종차별 반대 단체에 100만달러(약 14억7500만원)를 기부하자, 팬클럽 아미는 하루 만에 같은 금액으로 ‘매치 기부’를 진행했다. 지난해엔 BTS 슈가가 세브란스병원에 50억원을 기부하자 팬들의 추가 후원이 이어졌다. 슈가의 기부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일반인 기부금은 2억원을 돌파했다.

강철희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은 “최근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를 만났는데 슈가의 50억원 기부 이후 각 나라에서 기부가 속출했고, 다양한 나라에서 기부가 들어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슈가 기부 뒤 4억5000만원 규모의 팬 기부가 이뤄졌고 캐나다, 독일, 멕시코, 러시아 등 국가도 다양했다. 지난달 27일에도 소액 기부(2만원)가 들어와 후원은 현재진행형이다.

 

강 원장은 “사람들 모두 나눔을 향한 기본 동기는 갖고 있는데, 그 촉매제가 오늘날 여러 형태로 펼쳐지는 모습”이라며 “한국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의 모범적 기부는 미흡하나 수준이나 일반 시민들 참여형 기부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밝혔다. 강 원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강 원장은 사랑의열매 설립에 기여한 인물이다.

향후 예상되는 변화로는 야구와 접목한 캠페인이 꼽힌다. 박 연구위원은 “야구의 인기에 대비해 아직은 경기장 내 팝업을 여는 등 마케팅 중심 활동만 있어 기부캠페인과 접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 기부, 거래 이력 등 ‘문턱’

지난해 국내에서 비영리조직이 가상자산 기부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금융위원회의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에 따라 조건을 갖춘 국내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금화 목적의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해졌고 월드비전, 연세대학교동문회, 서울 대학교병원에서 가상자산 기부 소식을 알렸다.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져 지난달 24일에도 거액 후원자 김거석씨가 2억원어치의 가상자산 리플(XRP) 10만개를 서울 사랑의열매에 쾌척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에도 각각 서울대병원과 적십자사에 가상자산 형태로 기부했다.

 

거액의 가상자산을 기부하고 있는 김거석씨(오른쪽)와 김재록 서울 사랑의열매 회장이 지난 4월 24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포함해 김씨의 누적기부액은 30억원이 넘는다. 서울 사랑의열매 제공

가상자산 기부가 확산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위 가이드라인에서 특례·일반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비영리조직은 설립일이 5년 이상 지나야 하고, 외부 감사 대상으로서 최근 3년간 감사 의견이 ‘적정’이어야 한다. 비영리조직이 자체 기준도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가상자산, 회계,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전심의 기구를 설치·운영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대다수 중소형 비영리조직에서는 거래소와의 연계, 내부 통제 절차 마련 등 시스템 구축 자체가 장벽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상위 100개 비영리조직의 70%가 가상자산 기부를 받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금융위 가이드라인에서 개인은 자신의 투명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부자가 누군지, 어떤 경로로 형성된 자산인지를 거래소에서 확인해야지만 기부가 가능하며, 일반적인 현금기부보다 거래 이력 등 더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받는다. 박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누가 기부할 마음이 생기겠느냐”며 “기부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더 많아질 수 있게 제약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