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성장 공식에 균열이 생겼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2조원을 넘겼지만, 수익성은 크게 흔들렸다. 지난해 11월 드러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고객 보상 비용과 물류·마케팅 비용이 겹치면서 4년여 만에 가장 큰 분기 적자를 냈다.
쿠팡Inc가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1분기 매출은 85억4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12조4597억원 규모다.
문제는 성장 속도다. 쿠팡의 매출 성장률은 고정환율 기준으로도 8%에 그쳤다. 2021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이 깨졌다. 직전 최저치였던 지난해 4분기 14%보다도 낮아졌다.
수익성은 더 크게 흔들렸다. 1분기 영업손실은 2억4200만달러, 약 3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억54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도 2억6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손실 규모는 2021년 4분기 이후 약 4년여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790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한 분기 만에 손실로 빠져나간 셈이다.
실적 악화의 직접 원인은 비용 구조다.
1분기 매출원가는 62억700만달러로 매출의 73.0%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70.7%보다 2.3%포인트 높아졌다. 여기에 운영·일반관리비도 25억3900만달러로 늘었다. 총영업비용은 87억4600만달러로 매출을 넘어섰다.
쿠팡은 보고서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영향으로 고객 보상 프로그램과 공급망 관리 비용이 늘었고, 매출 성장률 둔화 속에 풀필먼트·기술·마케팅 비용 부담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도 예전 같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이 포함된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은 71억7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활성 고객 수는 2390만명으로 전년보다 2% 늘었지만, 회사는 이 증가율 둔화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성장사업 부문의 적자도 커졌다.
대만 로켓배송,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파페치 등이 포함된 성장사업 매출은 13억2800만달러로 28% 늘었다. 하지만 조정 에비타 손실은 3억29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6% 확대됐다. 매출은 커졌지만, 투자와 비용이 더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조정 에비타 역시 급감했다. 쿠팡의 1분기 조정 에비타는 2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3억8200만달러보다 92% 줄었다. 조정 에비타 마진은 4.8%에서 0.3%로 떨어졌다.
개인정보 유출 보상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 쿠팡은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매이용권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해당 이용권 사용은 매출 차감 요인으로 반영됐다. 회사는 이용권 사용이 올해 1분기에 주로 발생했으며 4월 중순 종료됐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번 분기 3억910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또 이사회가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당분간 수익성 회복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매출은 여전히 늘고 있지만, 핵심 사업의 성장률이 둔화했고 성장사업의 손실은 커졌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고객 신뢰 회복 비용까지 더해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1분기 성적표는 단순한 적자 전환이 아니다”라며 “고속 성장으로 비용 부담을 흡수하던 기존 공식이 더는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