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앞장서 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와 대좌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운영, 유엔 사무총장 선출 등 현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룰라가 오는 7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앞서 브라질 매체가 룰라의 미국행(行) 일정을 최초로 보도한 데 이어 백악관이 이를 사실이라고 공식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와 룰라는 그동안 국제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난 적은 있어도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먼저 오는 12월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놓고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을 맡은 트럼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들을 겨냥한 인종 차별이 성행하고 있다”며 남아공을 G20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2025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보이콧했으며, 올해 G20 회의에도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고하다.
브라질은 신흥국 모임 ‘브릭스’(BRICS) 등을 통해 남아공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룰라는 앞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남아공은 G20 창립 당시부터 회원국이었다”며 G20에서 남아공을 내몰려는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독일을 비롯한 G20 다른 회원국들이 트럼프의 일방독주를 제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2027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새 유엔 사무총장 선출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룰라는 사무총장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자들 가운데 같은 좌파 지도자인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한다. 만약 바첼레트가 당선되면 유엔 80여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 된다. 룰라는 지난 2월 국빈 방한 기간에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바첼레트 지원을 부탁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사무총장 선출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 행정부는 바첼레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첼레트가 임신 중절(낙태) 허용에 찬성하고 중국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란 이유 때문인데,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인사들이 특히 그에게 회의적이다.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유엔 사무총장이 될 수 없는 만큼 트럼프의 입장에 국제사회 시선이 쏠린다.
트럼프는 룰라의 정적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 친하다. 그 때문에 룰라의 대통령 취임 후 보우소나루가 쿠데타 시도 혐의로 기소되자 트럼프는 크게 화를 냈다. 미국은 지난 2025년 7월 보우소나루 수사·재판 중단을 요구하며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룰라는 “부당한 내정 간섭, 사법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를 겨냥해 “미국 대통령일 뿐 세계 황제가 아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는 결국 브라질 대법원에서 징역 27년 3개월 중형이 확정됐다. 이후 트럼프는 태도를 바꿔 “나는 브라질 국민을 사랑한다”며 관세를 도로 인하했다. 이를 두고 높은 관세율 탓에 미국 소비자 물가가 오르자 결국 트럼프가 굴복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