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세력은 A 상장법인을 인수한 뒤 조직적으로 한 몫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방법은 단순했지만 효과는 컸다. 이들은 A 상장법인이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에 진출한다며 가짜 호재성 정보를 공시하며 실물 거래 없이 200억원대 세금계산서를 수수했다. 또 사업 여부가 불분명한 현지 투자법인에 300억원대 투자금을 송금하며 개미투자자를 유인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다수의 투기세력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 후 양도해 차익을 실현했고, 소액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 아울러 한강뷰 펜트하우스 분양권을 대표이사에게 무상 이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비용 처리해 상장사 자금 10억여원을 빼돌렸다. 국세청은 가공세금계산서 수수 행위, 현지법인을 통한 상장사 자금 변칙 유출 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6일 코스피가 7000을 돌파한 가운데 국세청이 주식시장에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지른 31개 업체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추정하는 탈세 혐의 금액만 2조2000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우선 주가조작과 회계사기로 이익을 챙긴 업체 11곳이 조사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신사업 진출’, ‘상장임박’ 등을 허위로 홍보해 일반투자자를 유인한 뒤 페이퍼컴퍼니 및 차명계좌를 통해 미리 매집해 놓은 주식을 매도하는 방법으로 양도차익을 은닉해 세금을 탈루했다.
제조업체인 B의 경우 양호한 경영실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주요 생산기능을 사주가 지배하는 해외법인에 옮기면서도 200억원에 달하는 이전 대가는 받지 않았다. 이들은 또 다른 해외법인을 수출거래에 형식적으로 끼워 넣어 30억원 이상의 유통마진을 취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액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사주일가에 빼돌렸다. 이 같은 행위 탓에 B업체는 영업 손실이 발생했지만 해외 체류 임원에게 고액급여 10억원을 지급하는 등 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출했다. 급기야 회계자료를 미제출해 감사의견을 받는 방법으로 고의로 상장폐지를 추진, 소액주주들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11개 업체 중 상장법인의 경우 절반 이상이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주가는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기업의 거래구조 사이에 자금유출 통로를 만들어 사주일가에게 이익이나 자산을 빼돌린 이른바 ‘터널링’ 업체 15곳도 조사를 받게 됐다. 도소매업을 하는 한 업체의 사주는 배우자가 소유한 비상장법인 C업체에 매장 인테리어 일감을 전부 몰아줬다. 또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차명으로 설립해 C업체가 실시한 공사를 페이퍼컴퍼니가 공사한 것처럼 위장해 기업 자금을 편법으로 유출했다. 이렇게 빼돌려진 자금은 배당 또는 허위급여 형식으로 유출돼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유용했고, 소액주주는 피해를 입게 됐다.
국세청은 금융 취약계층의 투자금을 편취한 불법 리딩방 업체 5곳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뒤 투자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노년층 등에 접근해 ‘추천주 300% 급등’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회원가입을 종용했다. 이후 추천주식을 알리기 전 자신들의 주식 물량을 매집해 주가가 상승하면 회원들을 속칭 ‘물량받이’로 이용해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챙겼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런 불공정거래행위로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대주주의 경우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번에 적발된 사주들의 경우 이런 의무를 회피하고 소액투자자로 가장, 차명계좌를 만들어 세금을 내지 않았다. 아울러 허위계산서 발급 등을 통해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거나 회사자금을 부당하게 편취한 사주의 경우 소득세 납부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 업체의 시장 교란행위뿐만 아니라 거래 과정에 얽힌 모든 관련인과 거래행위 전반을 검증해 철저히 과세할 계획”이라면서 “주식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를 통해 단 한 푼의 이익도 챙길 수 없고 오히려 더 큰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