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물건 사고 다시는 이용 안 해요.”
지난달 한 쇼핑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테무 사용하시는 분 계신가요’라는 제목 글에 A씨가 이처럼 댓글을 달았다. 게시자의 “테무에서 파는 물건 살만한지 궁금하다”는 말에 단칼로 비추천 메시지를 남긴 그는 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물품의 발암물질 논란 등을 언급하며 “추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2024년과 지난해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에서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물질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초저가라는 강력한 무기보다 안전에 대한 불안이 앞서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해외 온라인 쇼핑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가도 금세 마음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심리적 저항선은 실제 앱 이용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특히 테무 등 ‘C-커머스’ 분야에서 눈에 띈다.
7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쇼핑몰 테무는 지난달 데이터 집계 기준 76만건의 신규 앱 설치를 기록하며 ‘업종별 신규 설치 순위 TOP10’ 1위에 올랐다. 3월 75만건, 2월 67만건 등 매달 수십만명 신규 가입으로 1위 자리를 지켜 기세가 등등해 보인다.
하지만 이면에는 테무의 3월 기준 ‘30일 삭제율’ 75.1%라는 커다란 반전이 숨어 있다. 앱을 새로 설치한 사람 4명 중 3명이 한 달 안에 앱을 지웠다는 뜻이다. 공격적인 광고로 일단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정작 가게 안으로 들인 손님을 붙잡는 데는 실패했다.
구글 앱스토어 등에서는 ‘태블릿 무료라는 테무의 광고는 거짓이다’, ‘미니게임으로 얼마를 보상해 준다더니 안 주고 액수마저도 줄어든다’ 등 광고나 프로모션에 관한 부정적인 반응이 눈에 띈다. 반면에 ‘다양한 제품이 있고 가격 면에서 매력이 있다’, ‘물건이 제대로 오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배송과 물건 상태가 좋았다’ 등 긍정적인 댓글도 달린다. 소비자 불만에 테무 측은 ‘고객 만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정확한 경위 확인을 위해 공식 홈페이지로 자세한 내용을 전달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답변으로 대응한다.
한때 유튜브 등에서 ‘지금 사면 파격적인 가격’ 등의 키워드를 내세우며 호기심을 자극해 앱 신규 설치를 유도한 것으로 보이나, 이용자 시스템이 산만하거나 기대했던 품질에 미치지 못한 이유 등으로 설치 후 이른 시일 안에 삭제하는 사례가 잇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리다매’식 물량 공세가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눈높이와 안전 기준이라는 벽에 부딪혔음을 시사한다.
신규 설치 데이터는 모바일인덱스 고유 알고리즘을 활용해 산출한 추정치로,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테무의 ‘밑 빠진 독’ 전략과 가장 대비되는 곳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다.
올해 1월치 데이터 집계 기준 신규 설치 94만건으로 테무(63만건)를 꺾고 1위에 오르더니 매달 70만건 내외의 신규 설치 건수를 기록하며 테무의 턱 밑에서 거듭 위협하고 있다. 결정적 차이는 마찬가지로 삭제율에서 갈린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30일 삭제율은 20.1%로, 테무와 비교하면 무려 4배 가까이 탄탄한 고정 팬층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써본 사람 10명 중 8명을 내 손님으로 만드는 네이버의 저력이 확인된 셈이다.
다크호스는 다이소몰이다. 지난해 3월 대비 올해 3월 기준 53.5%라는 폭발적 성장률을 기록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의 주도권을 C-커머스로부터 뺏어왔다. 이 앱의 30일 삭제율은 31.5%로 테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기준 신규 설치에서도 25만건을 기록하며 알리익스프레스를 바짝 추격하는 등 온라인에서도 ‘다이소 파워’를 증명 중이다.
‘C-커머스’의 퇴조는 다른 지표에서도 선명하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777만명으로 월간 활선 사용자 수의 정점을 찍었지만, 올해 2월 648만명까지 추락하며 예전만 못한 위상을 보여준다.
아이지에이웍스는 “테무의 이탈 데이터를 보면 둔화의 구조가 더욱 선명해진다”며 “이탈자 216만명 중 75.5%가 업종 자체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 앱 ‘알리익스프레스’로 간 23.4%를 빼면 나머지는 해외 직구 쇼핑 자체를 그만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단순한 앱 갈아타기가 아니라, 해외 직구 서비스 전반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75.1%라는 테무의 기록적 삭제율은 신뢰 없는 자본 마케팅이 얼마나 허무한 신기루인지를 잘 보여준다”며 “‘싸니까 일단 한 번’이라는 호기심 자극 방식의 마케팅은 이제 끝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