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만 해도 계엄정국 후유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쇼크에 2,300선을 위협받던 코스피가 '환상의 지수대'인 7,000고지에 올라섰다.
불과 12개월 사이 1천단위 지수대를 다섯차례나 갈아치우며 끝없이 치솟은 결과다. 장기간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 1위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시가총액은 6천조원을 넘어 7천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장을 마감했다.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국장(국내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란 말이 공공연히 거론될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는 한국 증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와 대주주 견제 강화, 자사주 소각 등이 담긴 1·2·3차 상법 개정안이 차례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선거용 '반짝' 공약이 아니란 점이 명확해졌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의 주가상승세가 인공지능(AI) 붐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갈수록 가팔라지는 모습이 개인 투자자들의 '포모'(FOMO·소외 공포)에 불을 댕겼다.
그간 주식시장을 외면하던 국민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면서 코스피는 올해 1월 27일 역대 처음으로 종가 기준 5,000선을 돌파했고, 2월 25일에는 6,000선마저 넘어섰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1억509만개로 집계돼 작년 말보다 6.9% 증가했다. 본인이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 계좌를 개설해 주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의 경우 올해 1∼4월 사이에만 8만1천221명의 미성년자가 16만9천78개 계좌를 개설했다. 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가 308억원으로 가장 많고 TIGER S&P500(229억원), SK하이닉스(107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105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
이 과정에서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
마찬가지로 기술주 중심 강세장을 이어온 미국 증시에서는 AI 거품론, AI 파괴론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테크주 고점 논란이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들었고 그때마다 반도체 비중이 큰 국내 증시는 찬바람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이란 전쟁을 계기로 한때 전월 말 대비 19.2% 급락하며 주요국 증시 중 최대 낙폭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코스피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전형적 버블 사례'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고의 시간을 보낸 한국 증시는 4월 들어 전쟁 종식 기대감이 커지고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성사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신속하게 그간의 낙폭을 만회하고 더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경쟁으로 촉발된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 상향 속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치솟은 것이 배경이 됐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가 전년 동기 대비 755%와 405.5%씩 증가한 역대급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 이러한 전망을 사실로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의 미국' 이후 무역분쟁과 전쟁이 잇따르며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실적개선세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반도체 등 AI 인프라 관련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린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국내증시 시가총액은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6천조원선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뤘고, 코스피가 7,400선에 근접한 현재는 6천733조원으로 치솟으며 시총 7천조원을 가시권에 넣었다.
그런데도 코스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주가 상승 속도가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 상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데다, 작년 이전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국내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가 워낙 심각했던 까닭이다.
작년 4월 이후 코스피 지수가 3배 이상으로 상승했지만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 혹은 P/E)은 12.02배(2025년 4월 9일)에서 26.41배(2026년 5월 4일)로 119%가량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0배에서 2.12배가 됐으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편입종목의 PER과 PBR이 이달 초 기준 26.04배와 5.44배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고평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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