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세상을 바꾸는데 넌 뭐하니” 위기감 조장 현란한 과대포장 상술로 유혹… 막대한 이윤 챙겨
20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꽤 유명해진 카이스트 출신 벤처기업가와 대화할 일이 있었는데 그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며 웹2.0, 주목 경제, 소셜 웹 같은 말을 줄줄 쏟아냈다. 핵심은 ‘개방과 공유’였다. 인터넷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 거라는 얘기였다. 해외에선 이 트렌드를 만드는 회사들이 큰 성공을 거두는 중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 개방과 공유의 대표 사례로 들었던 회사는 최근 직원 해고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미국 국방부에 전쟁 기술을 납품한다. 그 회사의 이름은 구글이다. 한국의 이 기업가 또한 회사를 외국에 매각한 뒤 큰 부자가 됐다. 그가 개방과 공유를 다시 말하는 건 들어보지 못했다.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10년 전의 일이다. 너도나도 스마트폰 앱을 만들겠다던 시대였다.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채용을 위해 유명 개발자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개발자처럼 사고하라”고 했다. 문제를 정의하고, 작은 문제로 쪼개고, 하나씩 해결하라고. 그게 개발자식 사고라고. 그리고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있다며 한 곳을 극찬했다. 본사 주소를 ‘해커웨이 1번지’라고 바꿨을 정도라고 했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개인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선 페이스북(현 메타)이었다. 물론 이 개발자는 이제 “개발자처럼 사고하라”는 얘긴 하지 않는다. 그 또한 대기업에 회사를 매각하고 부자가 됐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는데 넌 뭘 하느냐”라는 말이 넘쳐난다. 이런 얘길 듣다 보면 모두가 AI로 ‘벼락부자’가 될 때, AI를 모르는 우리는 ‘벼락거지’라도 될 기세다. 실제로도 AI 전도사들은 그런 위기감을 부추긴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요즘 “모두가 AI 인프라를 조금이라도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 인프라를 소유한다는 건 AI 기업 주식을 사는 일일까? 벼락거지가 될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오픈AI 주식을 사게 된다면, 이익을 보는 건 올트먼 본인이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지구에서 AI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굴리려면 전기가 너무 많이 필요하니, 비도 내리지 않고 햇빛을 24시간 받는 우주 궤도에 태양광 데이터센터를 짓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태양광발전 회사, 로켓 회사, AI 회사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 그는 이미 로켓 회사와 AI 회사를 합병했고, 곧 이 회사를 상장시킬 예정이다. 세계 최고 부자가 AI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자신보다 훨씬 돈이 적은 사람들의 자금을 공개 모집 중이다.
AI 기술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얘기가 계속 들린다. 하지만 기술을 과대 포장하는 ‘선구자’들은 지나고 보면 대개 약장수에 가까웠다. 폐쇄와 독점보다 개방과 공유가 낫다는 건 상식이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쪼개 보는 건 본능이다. 약장수가 거기에 ‘웹2.0’이나 ‘해커’ 같은 딱지를 붙였을 뿐.
실제로도 우리의 삶은 기술 발전을 따라잡지 못해 괴로웠던 적이 별로 없다. 인터넷으로 해적판 음악이 범람해 음악 산업이 망가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어려움을 겪은 건 거대 음반사 정도였다. 사람들은 잘 적응해서 더 많은 음악을 만들었고, 더 쉽게 음악을 즐긴다. 우리는 세계 각국의 음악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놀라운 시대를 살고 있다. 웹2.0 같은 건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만든 변화다. 스마트폰의 등장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워진 건 방송국이나 극장체인 정도다. 기존의 기득권이 힘을 잃자 수많은 창작자가 등장해 우리의 눈과 귀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AI의 시대도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등장한 억만장자들과 기술 전도사들이 아는 척하며 떠드는 이야기의 90%는 이미 빵빵한 그들의 배를 더 불리기 위한 말일 뿐이다. 그들은 AI가 우리를 모조리 대체할 거라고 겁주지만, 아니다. 구글도 도서관을 대체하지 못했고, 페이스북도 친구들을 대체하지 못했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부자들의 유행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