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사전 통행 허가를 받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해협에 대한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이다. 이외 선박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며 군사적 압박도 강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해방 프로젝트) 개시 하루 만에 작전을 중단했지만, 해협에서는 긴장감이 여전하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5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해상 교통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체계를 공식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주권적 관리 체계’로 명명된 새로운 규제는 사전 통행 허가제를 골자로 한다.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은 이란의 ‘페르시아만 해협 관리청’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새로운 통항 규칙과 규정을 받게 된다.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은 이 규정에 맞춰 운항 방식을 조정해야 하며, 반드시 사전에 통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프레스TV는 이 체계가 이미 호르무즈해협에서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 의회에서도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에는 미국·이스라엘 관련 선박의 해협 통과 영구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비적대국 선박에 대해서는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군사적 주도권도 강화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이날 엑스(X)를 통해 해협을 통항하려는 선박을 향해 “해협을 통과하는 유일하고 안전한 경로는 앞서 이란이 선포한 회랑뿐”이라며 “그 외의 경로로 이탈하는 것은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돌라 자바니 IRGC 정치 담당 부사령관도 같은 날 국영 방송과 인터뷰에서 “적대적인 선박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규제 발표에 대해 미국은 확전을 자제하려는 모습이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해협 내 교전이 “현재로서는 (미군이) 주요 전투 작전을 재개할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곧 알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해협을 둘러싼 분쟁이 미국의 이란 공습 작전인 ‘장대한 분노’(Epic Fury)와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해방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도 압박 강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린 뒤 협상을 모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 패턴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양국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상황이 악화하자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방 프로젝트 개시 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3척에 불과하다. 폴리티코는 “이번 (해협에서의) 분쟁이 원래의 범위를 훨씬 넘어 확대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미 행정부가 더 큰 파장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종전 논의 재개에 힘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대표단과의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이란도 해방 프로젝트의 일시 중단에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장대한 분노’ 작전이 종료됐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NYT는 “미 의회는 전쟁권한법 위반 여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전쟁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당초 약속을 저버렸다는 의문으로 분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BC방송도 “미 행정부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동결해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기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