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이도류’ 칼날… 투타 겸업 멈추나

오타니 타격 슬럼프… 고민 깊은 다저스

최근 5경기 24타석서 17타수 무안타
2026년 선발 등판 경기 절반서 타석 못 서

투수로선 평균자책점 0.97로 맹활약
빅리그 데뷔 첫 ‘이달의 투수’ 선정도
“늘 투타 모두 준비… 선택은 감독 몫”

‘투타 겸업’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두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지구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했던 경기가 있다. 바로 지난해 10월18일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 밀워키 브루워스와 맞대결이었다.

 

이날 오타니는 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을 2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타선에서는 무려 3개의 홈런포를 쏴 팀의 5-1 승리를 이끌며 다저스를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다. 그야말로 ‘만화 야구’였다.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날 타석에서 제외되지 않는 오타니를 위해 MLB는 2022년 선발 투수 겸 타자로 경기에 출장한 선수가 투구를 마치더라도 라인업에서 빠지거나 다른 수비 포지션으로 이동하지 않고 지명타자로 남아 끝까지 경기를 뛸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오타니룰’을 새로 도입해 지원할 정도였다.

 

투수로나 타자로나 거침없을 것 같았던 오타니가 2026시즌 ‘이도류’의 두 칼날 중 하나의 예리함이 보이지 않으면서 투수와 타자로 동시 출전하는 것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선발로 등판한 경기의 절반에서 타선 제외되며 앞으로 ‘투타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6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2홈런) 8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솔로 홈런 2방을 맞고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팀이 1-2로 패해 시즌 2패(2승)째를 안았지만 시즌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하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예전 같으면 팀 타선 지원이 없을 때 스스로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을 이끌었을 오타니였겠지만 이날은 타선에서 제외된 탓에 동료들의 방망이가 터지기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였다.

 

이날 다저스 타선은 상대(4개)보다 많은 6개의 안타를 기록했으나 득점권에서 8타수 1안타, 잔루 8개를 기록했다.

 

오타니가 이번 시즌 선발로 등판한 6경기 중 이날처럼 타선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이 벌써 3번째이자 두 경기 연속이다. 지난달 16일 뉴욕 메츠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하며 시즌 처음으로 타석에 서지 않았을 당시에는 이틀 전 맞은 사구의 여파 때문이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달 29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 처음 타석에서 제외될 때는 여러 설명이 따라와야 했다. 먼저 투수에 전념하도록 한 조처라는 점과 함께 올 시즌 선발 등판 경기에서 타격 성적 3경기 10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문제는 오타니가 투수로 등판한 날뿐 아니라 4월 중순 이후 최근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타자 오타니는 최근 5경기 24타석에서 17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다. 오타니가 5경기 연속 안타를 치지 못한 것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시절인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올 시즌 타자로서 성적도 타율 0.240(125타수 30안타) 6홈런 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4로 앞선 두 시즌처럼 50홈런-100타점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반면 투수 오타니의 올 시즌 모습은 역대급이다. 6경기 37이닝 동안 4자책점을 내주며 평균자책점 0.97에 불과하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89에 그친다.

 

이런 활약으로 오타니는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지난 3∼4월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추세라면 개인 최초의 사이영상도 노려볼 만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선발 투수로 등판할 때는 투수로 전념하게 하는 것이 체력관리뿐 아니라 타자로 나서는 다른 경기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오타니의 개인적 욕심은 선발투수로 등판한 날도 타석에 서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타격 컨디션부터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관련, 오타니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선발로 등판하는 날 타격도 할 수 있도록 늘 준비할 것이고 최종 결정은 감독에게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다저스 김혜성은 선발에서 제외돼 팀 타선의 답답한 공격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만 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