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지난해 체결된 턴베리 무역 협정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준비를 주문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 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셰프초비치 위원이 그리어 대표에게 15% 관세율을 포함한 합의 조건으로 신속히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EU산 자동차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했다가 EU와 무역 합의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이를 15로 낮췄다. 그러나 지난 1일 “EU가 무역 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다시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협정에 대한 유럽의 비준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의 협정 비준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는 미국과의 그린란드 갈등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그린란드 영유권을 주장하며 영국·덴마크 등 EU 회원국 8개국에 10% 추가 관세를 예고하자, 유럽의회가 즉각 비준 절차를 중단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3월에야 미국과의 무역합의안을 조건부로 승인했는데, 승인안에는 ‘미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협정을 중단할 수 있다’는 문구 등 유럽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정 조항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 그리어 대표는 전날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협정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아르메니아 예레반을 방문 중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합의는 합의”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협정 준수를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EU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ACI)을 이미 갖추고 있고 필요할 경우 이를 사용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전략 물자 수출 제한, 서비스와 외국인 직접투자, 공공 조달 등을 제한하는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