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날씨는 단순히 ‘이상하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계절의 경계가 쉴 새 없이 무너지고, 폭염으로 야외 활동이 취소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뛰놀던 점심시간은 에어컨 아래 머물러야 하는 답답한 시간이며, 창밖의 텅 빈 운동장을 볼 때면 무력함마저 느껴진다. 친구들과 “봄가을이 사라지는 거 아니야?”, “어른이 되면 세상이 안전할까?” 걱정하는 대화가 일상이 되면서 불안은 더 증폭된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에는 근거가 있다. 통합사회 시간에 2020년생 아동은 조부모 세대보다 평생 7배 이상의 폭염을 겪어야 한다고 배웠다. IPCC 제6차 보고서 역시 우리 세대가 이미 지구 온도가 1.1°C 상승한 환경에서 태어났으며, 기성세대보다 1~4°C 이상 더 뜨거운 미래를 마주할 것이라 경고한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것은 우리가 아닌데, 왜 그 피해는 우리가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걸까?
UN아동권리협약 일반논평 제26호는 아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해야 하며, 기후위기가 아동의 신체·정신 건강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부 또한 정책 결정 시 아동에게 미칠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20년 담양 폭우로 인한 아동 사망, 2025년 강원 폭설에 따른 휴교, 그리고 국내외 연구에서 조명하는 성인보다 높은 기후우울 수치는 기후위기가 우리의 권리를 이미 침해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기후위기는 아동 간 불평등도 심화시킨다. 주거 환경이 취약한 아동들은 재난 상황에서 더 큰 피해를 당하고 질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결국 기후위기는 세대를 넘어, 우리 세대 안에 또 다른 차별을 만든다. 하지만 어른들이 만드는 정책은 여전히 당장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 같다.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온실가스 감축의 기대를 걸고,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 이후의 계획을 비워두었다. 어른들은 경제적 이익을 지키려 우리 세대의 안전을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
우리는 아직 어리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주체다. 청소년들이 직접 끌어낸 2024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아동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임을 증명했다. 이제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어른들의 선택이 필요하다. 나는 특히 아동의 삶의 터전인 학교를 가장 먼저 안전하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우리가 꿈을 키우는 곳이지만, 지금은 폭염 등 기후 재난으로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학교가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동시에, 정책에 우리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될 통로가 보장되어야 한다. 최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과정에 미래세대 대표단이 참여한 것처럼, 우리 삶과 직결된 논의에 당사자인 우리의 참여가 보장될 때 비로소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완성될 수 있다.
이번 어린이날, 화려한 선물보다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확실한 약속을 받고 싶다. 우리가 안전하게 어른이 될 수 있을지는 어른들이 오늘 내리는 결정에 달려 있다. 미래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지금의 선택으로 우리의 삶을 지켜주길 바란다.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원한다.
기고자 : 월드비전 아동권리대표단 7기 이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