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모수’의 안성재 오너 셰프가 최근 발생한 와인 서비스 사고와 관련해 6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안 셰프는 직원의 기망 행위를 인정하며 해당 소믈리에를 보직에서 해임하는 등 강력한 후속 조치를 단행했다.
◆ 안성재 셰프 “CCTV 확인 결과 기망 행위 명백”
사건은 지난 4월 18일 4인 테이블의 와인 페어링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초 제공되어야 할 와인은 ‘샤토 레오빌 바르통 2000년 빈티지’였으나, 담당 소믈리에의 실수로 ‘2005년 빈티지’가 서빙됐다.
문제는 그 이후의 대처였다. 안 셰프가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소믈리에는 서빙 직후 실수를 인지했음에도 고객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객이 와인 라벨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실제 서빙한 2005년산 병이 아닌 2000년산 빈 병을 가져와 보여주는 기망 행위를 저질렀다.
◆ “비교 테이스팅 기회”... 고객 우롱한 소믈리에의 응대
고객이 직접 와인 맛의 이상을 느끼고 문제를 제기하자 소믈리에는 즉흥적인 거짓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그는 “2000년산 와인이 바틀째 주문되어 1층에 있었다”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언급하며 위기를 넘기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000년산 와인을 다시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졌다. 해당 소믈리에는 “와인 공부를 하고 계신데 제 실수로 2000년과 2005년을 비교해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안 셰프는 이에 대해 “사과도 부족했고 발언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 반복되는 서비스 논란... 3성 레스토랑의 무거운 책임
안 셰프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객님들께서 모수에 기대하신 서비스를 고려했을 때 실망이 더욱 크셨을 것”이라며 “오너 셰프로서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소믈리에를 보직에서 배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번 사건은 최고급 레스토랑의 생명인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앞서 국내 유명 파인 다이닝들에서도 예약 부도나 불친절한 서비스 등의 논란이 종종 발생하며 외식업계의 서비스 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미쉐린 3스타라는 상징성을 가진 ‘모수’에서 발생한 이번 기망 논란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파인 다이닝 업계 전반의 서비스 교육과 정직성을 점검해야 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성재 셰프 공식 사과문 전문
안성재입니다. 최근 저의 업장인 모수에서 발생한 미흡한 서비스로 실망을 드린 점을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특히, 이번 일로 인해 저에게 큰 실망을 느끼셨을 해당 고객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모수에서 발생한 모든 일은 마땅히 제 책임입니다. 다만, 현재 사실과 다른 오해들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 이번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상세히 설명드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이 글을 씁니다.
4월 18일, 직원들의 동선과 와인 서비스 방식에 대해 내부 CCTV를 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부득이하게 조금 긴 글이 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해당 테이블 손님은 네 분이셨고, 와인 페어링에 있는 두 가지 옵션 중 한 분께서 7잔, 세 분께서 4잔을 주문해 주셨습니다. 그중 한우 코스와 페어링되는 와인은 각각 달랐는데 7잔 페어링에는 Domaine du Collier, La Charpentrie Rouge 2014, 4잔 페어링에는 Chateau Leoville Barton, Saint Julien 2000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테이블을 담당한 소믈리에가 실수로 Chateau Leoville Barton 2000년 빈티지 대신에 Chateau Leoville Barton 2005년 빈티지를 서빙하였고, 설명도 2005년으로 드렸습니다. 해당 직원은 와인 설명을 마친 후 잘못된 서빙을 인지하였으나 이를 고객님께 미처 고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객님께서 와인 레이블 사진을 요청하셨습니다. 그 순간 해당 직원은 사진에는 올바른 빈티지가 보여야 한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습니다. 상식적으로 고객님께 상황을 먼저 설명드렸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채 실제 서빙된 와인과 다른 2000년 빈티지 와인병을 보여드렸습니다.
참고로, 이날 Chateau Leoville Barton 2000년 빈티지는 페어링을 위해 2층 백사이드 와인 공간에 보관되어 있었고 2005년 빈티지 또한 잔으로 주문 가능하도록 백사이드에 함께 있었습니다. 이 공간은 소믈리에가 와인 서빙 직전 온도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곳이며, 1층과 2층에 각각 나뉘어 있습니다. 2층 백사이드 와인 공간에 당시 두 병이 나란히 있어 소믈리에가 2005년 빈티지를 실수로 처음에 제공하였고, 고객님께서 사진 요청하신 때에는 2층 해당 공간에서 2000년 빈티지 병을 가져다 드렸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위해 2000년 와인병을 보여드린 후, 해당 소믈리에는 상사인 부매니저에게 상황을 알리고자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 사이 한우 요리가 서빙되었고, 미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객님들께 음식이 제공되었습니다. 이때 고객님께서 와인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이에 다시 테이블을 응대한 해당 소믈리에는 이때라도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사과부터 드렸어야 했으나, 당황한 나머지 “2000년 빈티지 와인이 바틀째 주문되어 1층에 있었다”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즉흥적으로 말씀드리는 매우 부적절한 대응을 하였습니다. 명백히 사실과도 다르고 부적절했습니다.
이후 2000년 빈티지 와인을 다시 따라드리는 과정에서도, 해당 소믈리에는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와인 공부를 하고 계신데, 저의 실수로 인해 2000년과 2005년 빈티지를 비교해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 역시 정확한 상황 설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 되었어야 했으나, 사과도 부족했고 그 발언 또한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홀서비스를 총괄하는 매니저에게는 부분적으로만 상황이 보고되었고, 매니저는 2000년 빈티지 와인이 다시 제공되었는지 확인한 뒤, 디저트 와인도 추가로 제공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4잔 페어링에는 원래 디저트 와인(마데이라)이 제공되지 않으나, 서비스 실수와 응대 미흡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4잔 페어링을 주문하신 세 분께도 모두 디저트 와인을 제공해 드렸습니다.
홀서비스 팀은 이것으로 해당 사안이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했고, 저는 사안에 대해 이틀 휴무일이 지난 4월 21일 보고를 받았습니다. 물론 4월 18일 서비스 당시 제가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변명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 돌이켜보았을 때 실수의 발생부터 대처까지 모든 과정에서 적절하지 않았으며, 고객님들께서 모수에 기대하신 서비스를 고려했을 때 실망이 더욱 크셨을 것입니다.
이상 말씀드린 당시 상황은 제가 직원들 및 CCTV를 통해 그간 면밀히 파악한 바이며, 변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사실과 다른 왜곡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해당 소믈리에에 대해서는 회사 규정에 따라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하였고, 앞으로 고객님의 와인을 담당하는 소믈리에 포지션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모든 고객분들께, 모수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는 오너 셰프로서, 앞으로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레스토랑의 본질과 외식업 종사자로서의 올바른 자세, 그리고 음식과 고객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을 잊지 않고 초심을 지키며 더욱 겸손하게 정진하겠습니다.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저와 팀원들이 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와 모수가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