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듣고 벌떡?”
이른 아침 좁은 침대 위. 날카로운 알람 소리에 급히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킨다.
대부분은 아무렇지 않은 일상처럼 지나치지만, 밤새 움직임이 줄어든 몸은 아직 깨어날 준비가 덜 된 상태다. 특히 다리 혈관은 수면 동안 이어진 같은 자세와 떨어진 활동량의 영향을 그대로 안고 아침을 맞는다.
잠에서 깨자마자 발을 바닥에 딛고 일어나는 짧은 몇 초. 다리 쪽으로 혈액이 몰리면서 정맥에는 일시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년 통계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로 진료받은 환자는 39만1559명으로 집계됐다. 다리 정맥의 판막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이 심장 쪽으로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아래로 고이면서 통증, 부종, 무거움, 혈관 돌출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 생활도 다리 혈류에는 불리하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하루 좌식행동 시간은 2018년 8.3시간에서 2023년 9.0시간으로 늘었다.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셈이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수면 중 움직임 감소, 기상 직후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겹치면 다리 혈류는 더디게 깨어날 수 있다.
◆잠든 사이 느려진 혈류, 아침에 먼저 깨워야 한다
미국 휴스턴의 혈관외과 전문의 레마 말릭 박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침 기상 습관과 다리 혈류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개나 고양이는 잠에서 깨면 먼저 몸을 길게 펴며 움직인다”며 “이는 단순히 기분 좋은 행동이 아니라 혈액순환을 돕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말했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면 중에는 심박수와 혈압이 낮아지고, 몸은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 이때 다리 정맥의 혈류는 낮 동안보다 느려지기 쉽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서면 중력의 영향으로 혈액이 아래쪽으로 쏠린다.
물론 건강한 사람에게 이 행동 하나가 곧바로 질환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다리가 자주 붓거나, 아침마다 무겁거나, 오래 앉아 있으면 종아리가 뻐근한 사람이라면 첫 움직임을 조금 늦출 필요가 있다. 핵심은 거창한 운동이 아니다. 침대에서 내려오기 전 발목을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발목 10번 까딱…종아리 근육이 ‘펌프’가 된다
방법은 단순하다. 누운 상태에서 발끝을 몸 쪽으로 당겼다가 다시 아래로 밀어낸다. 이 동작을 10회 정도 반복한다. 발목을 앞뒤로 까딱이는 동안 종아리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때 종아리 근육은 일종의 펌프 역할을 한다. 다리 아래쪽에 머물던 정맥혈을 심장 방향으로 밀어 올리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종아리 근육은 흔히 ‘제2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발목 펌프 운동이 특별한 치료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정맥류나 혈전 질환을 이 동작 하나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혈류가 느려져 있는 아침 시간에 몸을 천천히 깨우는 습관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말릭 박사가 권한 방식도 이와 같다. 눈을 뜬 뒤 곧바로 발을 바닥에 내리지 말고, 침대 위에서 발목을 먼저 움직여 다리 혈류에 시동을 걸라는 것이다.
장시간 비행이나 장거리 운전 중 발목을 움직이라고 권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오래 움직이지 않으면 종아리 근육 펌프가 쉬고, 다리 정맥의 혈류가 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붓고 무거운 다리, ‘아침 습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다리의 작은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는 점이다. 오후만 되면 양말 자국이 깊게 남는다. 퇴근길 종아리가 묵직하다.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나면 다리가 뻣뻣하다. 밤에 다리가 저리거나 쥐가 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증상은 피로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리 정맥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하지정맥류는 혈관이 겉으로 튀어나와야만 의심하는 질환이 아니다. 초기에는 다리 무거움, 부종, 통증, 경련처럼 비교적 평범한 증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진행하면 피부색 변화나 염증, 궤양 같은 만성정맥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거나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종아리가 유난히 뜨겁고 아픈 경우,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단순 피로로 넘기면 안 된다. 혈전 등 다른 질환 가능성도 있어 진료가 필요하다.
◆발목 10회보다 중요한 건 하루 전체의 움직임
침대 위 발목 펌프는 시작일 뿐이다. 다리 혈류를 지키려면 하루 중 오래 멈춰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30~60분마다 한 번씩 일어나 걷거나, 제자리에서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만 해도 종아리 근육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이라면 의자에 앉은 채 발끝을 당기고 밀어내는 동작을 반복해도 좋다.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 무릎 뒤쪽이 눌리는 자세, 너무 꽉 끼는 옷도 다리 혈류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 체중이 늘면 다리 정맥이 견뎌야 하는 압력도 커진다. 걷기, 가벼운 근력운동, 스트레칭을 함께 실천하면 종아리 근육 펌프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일 아침 알람이 울리면 무작정 몸을 세우기보다, 이불 속에서 발끝부터 먼저 움직여보자. 발끝을 몸 쪽으로 당겼다가 밀어내는 동작 10번. 시간으로는 몇 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몸을 지탱해야 하는 다리 혈관에는 그 몇 초가 의외로 중요한 준비 시간이 될 수 있다. 아침의 첫 걸음은 침대 밖 바닥을 딛는 순간이 아닌, 이불 속에서 발목을 천천히 움직이는 작은 동작부터 시작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