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유기농’ 라벨이 붙은 양파는 일반 재배 양파보다 20∼30%정도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생각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유기농을 고집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양파는 굳이 유기농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채소’라는 말도 나온다.
◆ 껍질 벗겨 먹는 채소…농약 노출 상대적으로 적어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양파는 감자·바나나처럼 겉껍질을 벗겨 먹는 식재료다. 우리가 실제 먹는 부분은 여러 겹의 껍질 안쪽에 있는 속살이다. 약이 직접 닿을 수 있는 가장 바깥층을 제거하고 섭취하기 때문에 실제 먹는 부분에 남는 농약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한다.
특히 양파는 병해충 피해가 심한 잎채소와 달리 단단한 껍질 구조를 갖고 있어 농약 사용량 자체도 비교적 적은 품목으로 분류된다. 상추·시금치처럼 표면 전체를 그대로 먹는 채소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양파는 땅속에서 자라는 시간이 긴 작물이지만 수확 후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표면 수분이 줄고 외피가 단단해진다. 이 과정 역시 미생물 번식이나 부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갈색으로 마른 바깥 껍질은 유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거되는 경우도 많다. 가정에서는 보통 한두 겹 이상을 더 벗겨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식탁에 오르는 부분은 외부 환경과 접촉이 적었던 안쪽 층인 경우가 많다.
◆ ‘유기농 우선순위 낮은 채소’ 평가도
미국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가 매년 발표하는 농산물 잔류농약 조사에서도 양파는 비교적 안전한 품목군에 자주 포함된다. 농약 잔류 가능성이 낮은 이른바 ‘클린 피프틴(Clean Fifteen)’ 목록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양파는 대부분의 요리에 사용될 정도로 가정에서 소비량이 많은 채소 중 하나다. 유기농을 고집한다면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기농 식품을 고를 때 채소 특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딸기·사과처럼 껍질째 먹고 표면적이 넓은 농산물은 잔류 농약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양파·아보카도·옥수수처럼 껍질을 제거하거나 보호층이 두꺼운 식품은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양파는 일반 제품을 사고, 대신 딸기나 잎채소를 유기농으로 선택한다”는 소비 패턴이 적지 않다. 한정된 식비 안에서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으로 고물가에 대응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싹이 난 양파나 물러진 양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일부 독성 물질이 증가할 수 있고 식감과 맛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파는 통풍이 잘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 유기농 제품, 환경 고려한 가치 소비 의미 커
그렇다고 유기농 작물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만이 아니라 생산 과정과 환경 영향을 함께 고려한 선택이다.
실제 유기농 재배는 화학비료와 합성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 농법에서는 작물 생육을 빠르게 하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병해충 발생 시 농약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기농 재배는 친환경 자재나 생물학적 방제 방식에 의존한다.
유기농 농가들은 토양 관리에도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땅의 유기물 함량을 높이고 미생물 활동을 활성화해 작물이 스스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런 재배 방식은 환경 부담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이 줄어들면 토양 오염이나 수질 오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약 사용 감소는 토양 속 미생물과 곤충 생태계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반 양파보다 비싼 이유도 이런 재배 특성 때문이다.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면 작물 성장 속도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고 병해충 피해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 일정 기준 이하로 상품성이 떨어진 양파는 출하 전에 폐기되는 경우도 있다.
유통 과정 역시 일반 농산물보다 까다롭다. 유기농 인증을 유지하려면 생산·포장·운송 단계마다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별도 인증 비용도 발생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양파 가격만 보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인증 유지 비용까지 포함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