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문만 다 해먹냐”…절정 치닫는 삼성전자 노노갈등

DX 주축 동행노조 초기업노조에 정보 공유 차별 중단 요구
적자라도 DS면 챙기고, DX는 ‘나 몰라라’ 행보에 갈등 심화

이달 21일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과반 노조를 차지하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노조원의 이익만 추구하면서 완제품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노조원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DX부문 직원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공동투쟁본부 이탈을 넘어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와 법적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초기업노조에 대해선 자신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비하했다며 공식 사과까지 요구한 상황이다. 노노갈등이 심화되며 총파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명분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에 전날 보낸 공문에서 “교섭 정보 공유 및 차별대우 금지 등 공정대표의무 준수 촉구를 요청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공문을 통해 동행노조는 △사측과의 교섭 관련 세부 진행 상황 △사측 제시안 및 조합(초기업노조·전삼노)의 수정 요구안 전문 △동행노조 의견 수렴 △향후 교섭 일정 및 주요 쟁점 사항 △초기업노조의 공식적인 사과와 즉각적인 비하금지를 요구했다.

 

동행노조는 지난 4일 초기업노조·전삼노와 함께 꾸렸던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탈퇴 이유로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의 폄하와 무시가 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특히 동행노조는 사실상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초기업노조를 향해 강한 사과를 요구했다. 동행노조는 “과거 초기업노조는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우리 노조의 의견을 고의로 무시·배제하거나 심지어 형법 제311조(모욕)에 해당하는 비하 등을 지속했다”며 “이는 단순한 노노 갈등을 넘어 우리 노조 존재 자체를 배제하고 부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기업노조가 동행노조에 대해 ‘어용노조’라고 지칭하며 폄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초기업노조 SNS에서 의견을 낸 일부 조합원들에게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동행노조냐”며 제명시킨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행노조는 8일 정오까지 양 노조의 공식 회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문 수령 후 합리적 이유 없이 교섭 정보나 상황 공유를 거부하거나우리 노조 조합원들을 향한 불이익에 대한 발언, 비하 등이 지속되는 경우 노동위원회 시정신청 및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 및 강력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행노조가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배경에는 삼성노조의 반도체 중심주의가 있다. 23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동행노조는 조합원 중 70%가 가전·스마트폰·TV 등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소속이다. 문제는 현재 파업을 주도하는 이들이 대부분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 소속인 탓에, DX부문 관련된 요구사항을 제대로 사측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DX부문 직원들의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총파업 시작 전, 회사의 또 다른 축인 DX부문의 지지를 잃으면서 파업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가 명분을 스스로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파업의 명분은 막대한 이익을 거둔 부서에 합당한 성과를 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적자사업부인 파운드리와 LSI도 메모리 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과급을 맞춰 달라고 요구한 점이다. 이들의 논리라면 영업이익이 적은 DX부문도 메모리와 성과급을 나눠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조는 DX에 관련해서는 별다른 요구사항을 전달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메모리 부분만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머지 부서는 회사가 적당히 챙겨달라만 했어도 삼성전자는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라며 “DX부문을 완전히 배제한듯한 요구는 사측에서도 받아줄 명분이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