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8년 감형된 데에는 원심이 한 전 총리에게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었다'며 적용한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혐의가 배척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는 내란중요임무종사,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손상, 위증 등 한 전 총리의 주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책임을 물은 것에는 잘못이 있다고 봤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의 혐의 가운데 ▲ 국무회의 운영 및 소집 ▲ 언론사 단전·단수 이행 논의와 관련해 부작위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발언 속 '문건'이 비상계엄과 관련된 문건 일체를 의미하기보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의미했을 가능성이 있고, 만약 그렇다면 한 전 총리가 이를 실제로 봤다고 확신하기 어려우므로 허위 진술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서명받으려 한 행위의 목적에 대해서도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원심은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부서를 받아 국무회의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시도한 것이라고 본 반면 항소심은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웠다는 점을 남기기 위한 취지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당시 함께 있었던 국무위원들이 부서를 요청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서명을 요구하는 것이 곧바로 부서를 요구한 뜻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서명하려던 문건이 비상계엄 선포 문건인지도 증명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1·2심이 행위 목적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으나, 결국 한 전 총리가 적법한 국무회의 외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은 동일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가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1심에 이어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법적 판단도 재확인됐다.
1∼2심을 통틀어 내란전담재판부가 '비상계엄=내란'이라고 판단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는 방법으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위시한 일련의 내란 행위에 가담하는 편에 섰다면서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내란죄는 폭동으로 국가조직의 기본제도를 파괴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를 직접 침해하는 범죄로서 그 성격과 중대성에 있어 어떠한 범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못 박았다.
해당 재판부가 내란 사건의 본류에 해당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도 맡고 있는 만큼 이러한 법적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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