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믿음이 사라진 매경오픈

골프는 ‘믿음의 스포츠’다.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심판이 점수를 관리하지 않는다. 선수 스스로 점수를 관리하고, 규칙을 준수하는 정직함이 생명이다. 그런데 지난주 벌어졌던 매경오픈에서 골프 정신을 망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3라운드 7번 홀에서 허인회 프로의 드라이버샷이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나면서다. 이 논란은 한국 골프의 본산인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회의 운영 수준에 큰 의문을 던졌다. 이 대회는 프로협회(KPGA)가 주관하지 않는다.

 

사건의 핵심은 판정 통보의 지연이다. 허인회는 OB 판정 자체보다 그 결정이 다음 날 경기가 끝난 뒤에야 통보된 점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오심이나 논란이 있었다면 즉시 수정되어야 했다. 선수가 벌타가 주어질 운명을 모른 채 마지막 라운드에 임했다는 것은 전략 수립 측면에서 분명 억울한 일이다.

 

포어캐디의 역할과 골프 철학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 포어캐디는 경기 진행의 보조자이자 심판이다. 당시 포어캐디는 허인회의 타구가 OB지역을 벗어난 것을 확인하고 깃발신호를 보냈고, 허인회는 잠정구를 쳤다. 그런데 포어캐디는 선수가 공을 집어가기 편하도록 공을 옮겨 놓았다. 명백한 잘못이다. 허인회가 이 문제를 지적하며 항의하자 경기위원은 잠정구로 경기하도록 한 뒤 벌타를 부여하지 않았다. 프로선수에게 ‘멀리건’을 준 것이다.

 

허인회에게도 잘못이 있다. 포어캐디의 실수가 있었더라도 받아들여야 했다. 프로골퍼가 멀리건이 적용된 것을 알고도 자신에게 유리한 골프룰을 적용했다.

 

경기위원회의 미숙함은 마지막 날 극에 달했다. 연장전 상황이 발생하니 허둥지둥 벌타를 소급 적용했다. 메이저대회에서 보기 힘든 촌극이다. 타수 정보는 선수의 공략법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만약 허인회가 자신의 정확한 스코어를 알았더라면 경기 운영은 달라졌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주최 측의 대회 운영이다. 스스로 국내 최고의 메이저대회를 자부하면서도, 골프장 영업을 위해 다른 대회에 비해 연습 라운드 기회를 제한하고 선수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등 지나치게 수익 중심적이다. 또한 영업을 위해 곳곳에 설치된 OB 말뚝은 프로의 화려한 리커버리샷 기회를 박탈한다. 선수는 기술샷을 보여주기보다 잠정구에 사활을 건다.

 

이번 사태는 허인회 개인의 ‘떼쓰기’가 아니라 한국 골프계의 시스템 부재와 상업주의가 부딪친 단면이다. 진정한 명문 대회는 촘촘한 OB 말뚝이 아니라 공정한 판정과 선수를 존중하는 운영에서 만들어진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