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찾은 삼성·LG, 35조원 전기보일러 시장 달군다

히트펌프 보일러 잇단 국내 출시
탄소배출 줄이고 난방비 큰 절감
정부도 설치비 지원… 적기 판단
유럽 등 해외선 이미 ‘난방 강자’
아파트에 적합한 기술 개발 관건

한국 가전 양강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기로 작동하는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에 선보인다. TV와 냉장고, 세탁기를 포함한 국내 생활가전 사업이 경기 침체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기존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3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전기보일러 시장을 새 먹거리로 점찍은 것이다. 두 회사는 노후 보일러 교체 시기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도입이 맞물린 올해가 진출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LG전자는 ‘일체형 히트펌프 보일러’ 신제품을 국내에 출시한다고 7일 밝혔다. 신제품은 실외기와 주요 시스템 구성요소가 일체화된 구조로 설계됐다. 별도의 냉매 배관 공사가 필요 없고 기존 주택의 온수 배관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설치가 쉽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전기를 활용한 난방 시스템 ‘히트펌프’를 국내에 출시했다. 삼성전자·LG전자 제공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달 20일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 신제품을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해당 제품에는 가열된 공기로 물을 데우는 ‘에어 투 워터(A2W)’ 기술이 적용됐다. 데워진 물이 바닥 아래 배관을 흐르며 집 안을 따뜻하게 하고 온수를 공급한다.



가전 강자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 생활가전과는 다소 거리가 먼 난방 시스템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기존 사업 부진이 있다. 현재 국내 영상·생활가전 시장은 소비 침체와 중국 업체의 맹추격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상태다. 최근에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와 물류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까지 겹쳤다. 사실상 확실한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주력 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를 찾던 중 정부가 친환경정책을 내세우며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나서자 이에 맞춰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에서 흡수한 열에너지로 난방을 하는 방식을 택한다. 연료를 별도로 태우는 기존 보일러 대비 약 40~60% 수준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탄소 배출량도 60% 줄어든다.

정부는 노후 보일러 교체 시기 도래에 맞춰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을 목표로 히트펌프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144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비의 최대 70%를 지원한다. 가구당 1000만원이라는 설치 단가와 정부 보급 목표치를 감안하면 향후 10년간 약 35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 모두 10년간 국내외에서 히트펌프 기술력을 쌓아온 만큼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며 시장 선점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해외에서는 알아주는 난방 강자다. 특히 유럽에선 영국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각국의 주택단지 보일러 설치 사업자로 선정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여전히 가스보일러가 대세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 린나이를 포함한 기존 보일러 업체들의 입지가 탄탄하다. 무엇보다 단독주택 비중이 높은 해외와 달리 한국은 아파트가 주거 형태 대부분을 차지한다. 히트펌프는 아직 아파트에 적용하기 힘들다. 층간 소음이 심하고 무거운 실외기를 놓을 공간이 없다. 공동주택 전력에 부하가 걸리면 수리가 바로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아직까지 (전기보일러가) 가스보일러를 대체하기 힘들다”며 “결국 아파트에 적합한 히트펌프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국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