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세운 신흥 성벽’과 ‘전통이 빚어낸 무결점 시스템’이 유럽 축구의 최정점에서 정면으로 맞붙는다.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과 잉글랜드의 아스널FC가 2025∼2026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컵인 ‘빅이어’를 놓고 격돌하게 됐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PSG는 7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준결승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1-1로 비겼다. 1차전 5-4라는 ‘역대급 대혈투’를 승리로 장식했던 PSG는 이로써 1, 2차전 합산 점수 6-5로 결승행을 확정 지었다. 2년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UCL 챔피언에 등극했던 PSG는 레알 마드리드(2016∼2018·3연패) 이후 자취를 감춘 ‘UCL 2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뮌헨 김민재는 후반 20분 교체 투입돼 결정적인 찬스를 막아내는 등 ‘철기둥’다운 면모를 보였지만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PSG 이강인은 출전하지 않아 김민재와 ‘코리안 더비’는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이제 PSG와 아스널이 3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푸슈카시 아레나에서 열리는 대망의 결승전에서 맞붙게 됐다.
국내 축구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골든 보이’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비록 뮌헨과의 준결승 두 경기 모두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지만, 이는 오히려 결승전의 ‘반전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스널처럼 중원 압박이 강한 팀을 상대로 이강인의 독보적인 탈압박 능력과 창의적인 ‘킬패스’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엔리케 감독은 상대의 체력이 고갈되는 후반 중반, 이강인을 투입해 아스널의 ‘질식 수비’ 틈새를 뚫어버리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이 ‘전략적 조커’라면, 우스만 뎀벨레는 PSG 화력의 ‘선봉장’이다. 뎀벨레는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서 리버풀, 첼시 등 거함들을 무너뜨린 일등공신이다. 특히 뮌헨과의 4강 2차전에서 보여준 선제골 장면은 압권이었다. 상대의 압박을 스피드로 무력화한 뒤 터뜨린 벼락같은 슈팅으로 ‘최종병기’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과거 기복 있는 플레이로 비판받던 모습은 사라지고, 큰 경기에 더 강한 ‘빅게임 헌터’로 진화했다. 여기에 ‘조지아 특급’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PSG의 창을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이번 시즌 UCL에서만 10골을 몰아친 크바라츠헬리아는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파괴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초토화하고 있다. 뎀벨레가 오른쪽에서 흔들고, 크바라츠헬리아가 왼쪽에서 마무리하는 ‘쌍포’는 아스널 수비진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맞서는 아스널은 ‘무결점 시스템’을 앞세워 2006년 이후 20년 만에 대회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 체제에서 완성된 아스널의 축구는 이번 대회 ‘리그페이즈 1위’라는 압도적인 성적이 증명한다. 특히 토너먼트 포함 14경기에서 단 6실점만을 허용한 ‘질식 방패’는 유럽 전역을 뒤흔들었다. 그 방패의 중심에는 세계 최강의 센터백 조합으로 꼽히는 윌리엄 살리바와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가 버티고 있다. 거구임에도 빠른 발을 가진 이들은 상대의 역습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물론,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가공할 점프력으로 ‘골 넣는 수비수’의 면모까지 갖췄다.
아스널은 여기에 마르틴 외데고르와 데클런 라이스가 지탱하는 중원과 부상에서 돌아와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부카요 사카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결정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성향 탓에 뒷공간 노출이 잦은 PSG 수비 라인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스널은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 대회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눈물을 흘렸던 아픈 기억이 있다. 아스널은 이번 대회 리그페이즈에서 PSG를 2-0으로 꺾은 바 있어 클럽 역사상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빅이어’에 대한 갈망을 풀어낼 지도 지켜볼 일이다.
양 팀 수장의 지략 대결도 백미다. 바르셀로나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수장은 ‘공간’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엔리케 감독이 측면의 개인 기량과 변칙적인 공수 전환을 강조한다면, 아르테타 감독은 11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는 정밀한 압박 시스템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