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새로운 합의를 논의하는 것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 정부도 대이란 전략을 선제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이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를 넘어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핵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2015년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 직후 우리 기업들의 이란 진출 경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액시오스 등은 6일(현지시간)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과 후속 핵협상 개시를 위한 ‘1페이지짜리 14개 항 양해각서(MOU)’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문안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일시 중단,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와 동결자산 일부 해제, 호르무즈해협 통항 제한 및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를 30일 협상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실제로 합의안에 포함된다면, 이란 핵문제와 제재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이뤄진 갈등 국면을 다소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속도다. 당시에도 유럽과 중국 기업들이 제재 완화 직후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제재를 해제한 이후에 움직이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적 신뢰 구축이 경제협력으로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한국이 비교적 유리한 외교적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유일하게 이란에 정부 특사를 파견해 직접 소통에 나섰다.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는 지난달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비롯해 이란 외무부 경제차관·정무차관 등을 만나 중동 정세와 양국 현안을 논의했으며, 한국 선박과 선원 보호 문제도 협의했다. 또 한국은 중동전쟁 이후에도 현지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한국과 이란 간 최대 현안이었던 동결자금 문제가 2023년 9월 해결된 점도 양국 관계 개선의 긍정적 변수로 거론된다. 한국 내 은행에 동결돼 있던 약 7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이란 자금 가운데 60억달러(약 8조7000억원)는 미국·이란 간 수감자 교환 합의 이후 스위스 금융기관을 거쳐 카타르 계좌로 이전됐다. 그해 10월 가자전쟁 발발로 실제 사용은 다시 제한됐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상징적 갈등 현안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