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각종 기념일이 이어지는 시기다. 가족 여행과 선물 이야기가 넘쳐나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오히려 더 큰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혼자 사는 이들은 5월이 되면 사회 분위기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4) 씨는 “연휴가 길어질수록 갈 곳이 없다”며 “SNS에는 가족 여행이나 부모님 선물 사진이 계속 올라오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엔 바빠서 괜찮다가도 5월만 되면 유독 공허함이 커진다”고 털어놨다.
중년층도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는 5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자녀들이 독립한 뒤부터 5월이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며 “연휴 기간이 길어질수록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 ‘함께’가 강조되는 5월…1인 가구는 소외감
9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 가구는 804만5000 가구로,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2021년 700만 가구를 넘어선 지 불과 3년 만에 800만 가구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5월 특유의 사회 분위기가 1인 가구의 상대적 박탈감과 외로움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명절처럼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하게 드러나는 시기에는 혼자 사는 이들이 심리적 거리감을 크게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와 여행업계의 마케팅도 이런 분위기를 강화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효도 선물·가족 외식·어린이 선물 기획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호텔과 리조트는 가족 단위 패키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한다. 혼자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가 개인 선택을 넘어 구조적 변화라고 지적한다. 결혼과 출산 감소, 고령화, 경제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 “혼자여도 괜찮다”…소비 문화 변화도
최근엔 1인 가구를 겨냥한 소비와 문화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혼자 즐기는 ‘혼행(혼자 여행)’이나 ‘혼캉스(혼자 호텔에서 휴식)’ 수요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연휴 기간 혼자 숙박할 수 있는 소형 객실 예약률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도 ‘셀프 선물’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가족에게 선물을 하기보다 자신을 위한 소비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소형 가전이나 디저트, 프리미엄 식품 판매가 5월에도 꾸준히 증가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일부 지자체는 혼자 식사하는 주민들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동 밥상’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서적 교류를 돕고 있다.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식사 후 소규모 대화 모임이나 취미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해 자연스럽게 관계 형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비영리 단체나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혼밥 모임’, ‘동네 친구 만들기’ 같은 소규모 커뮤니티 플랫폼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외로움이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사회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동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지역별 편차가 큰 만큼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와 참여 유인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