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전쟁 양상 바꿨다…KF-21 수출의 변수 [박수찬의 軍]

이란·우크라, 장거리 타격이 갈랐다
방공망 밖 타격, 전쟁이 달라졌다
KF-21 수출, 미사일이 변수다

지난 2월 28일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 등에서 폭발음이 잇따라 들렸다.

 

미 해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더불어 폭격기·전투기들이 쏜 재즘 이알(JASSM-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이란 내륙 표적을 강타했다. 이란 방공망의 남쪽, 북쪽, 서쪽, 동남쪽을 동시 타격, 이란군이 대응할 여유를 얻지 못하게 했다.

 

미 공군 재즘(JASS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B-1B 폭격기 탑재를 위해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럽에서도 이와 비슷한 국면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브랸스크에 있는 미사일용 반도체 공장을 스톰 섀도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로 공격했다.

 

두 전쟁, 두 대륙, 전혀 다른 상황. 하지만 결론은 놀랍도록 일치한다. 성능이 검증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평범한 무기가 아닌 전쟁의 법칙을 결정하는 변수라는 것이다.

 

그것을 가진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전쟁은 처음부터 양상이 다르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KF-21도 이같은 특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증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있어야 전략적 타격력도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이는 해외에서의 판로 개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 공군 지상요원들이 재즘(JASS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B-52H 폭격기에 탑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란과 우크라이나는 어땠나

 

미국의 이란 공격에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란 방공망 사거리 밖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은 이란 지상 표적 다수를 성공적으로 타격했다.

 

미 공군 B-1B·B-52H 폭격기는 재즘 이알(최대사거리 1000㎞)로 장거리 공습을 감행했다. 재즘 이알의 긴 비행거리는 B-2처럼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보유하지 못한 폭격기들이 위험한 공역에 진입하지 않고도 이란 내 주요 표적을 공습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했다.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전술폭격에 치중했던 F-16도 강력한 전략폭격 능력을 보유한 기체로 거듭났다.

 

이란 공습에 참여한 F-16은 재즘(사거리 370㎞) 미사일과 앵그리 키튼(Angry Kitten) 전자전 포드로 이란군은 교란·타격했다.

 

미 공군 지상요원이 재즘(JASS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B-1B 폭격기에 탑재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16이 탑재한 재즘은 재즘 이알보다 사거리가 짧다. 따라서 F-16은 이란 방공망에 근접해야 했다. 그만큼 위험이 높았던 셈이다.

 

이때 앵그리 키튼 포드가 위력을 발휘했다. F-16이 재즘 발사 위치를 잡을 때, 해당 포드는 레이더가 보낸 신호를 실시간 가로채서 복제한 뒤 거리·각도 등을 기만하고 허위 신호를 보냈다.

 

이란 레이더가 주파수 변동 등을 시도하면 인공지능(AI)으로 그에 맞는 신호를 실시간 생성했다. 이를 통해 재즘의 발사 성공률을 높이고, 조종사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위력적인 효과를 보였다. 영국(스톰 섀도우)과 프랑스(스칼프)가 제공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 점령지와 흑해함대 사령부 등 본토 표적들을 잇따라 타격했다.

 

영국·프랑스가 만든 스톰 섀도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히 지난 3월 러시아 브랸스크의 반도체 공장 공격은 스톰 섀도우의 강력한 위력을 재입증하는 계기였다.

 

해당 공장은 러시아 군용 마이크로칩 생산의 90% 이상을 맡은 핵심 시설이었다. 스톰 쉐도우는 건물 내부 장비까지 파괴, 공장 복구를 불가능하게 했다.

 

우크라이나는 옛소련산 Su-24 전폭기를 스톰 섀도우의 발사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개전 이후 방공작전 수요가 높아지면서 Su-24의 효용성은 크지 않았지만, 장거리 타격력을 지닌 스톰 섀도우가 탑재되면서 전략적 의미를 지니게 됐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에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투방식을 바꾸는 근본적 차이

 

이란·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성능이 검증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탑재는 전투기가 어떻게 싸울 수 있는지를 바꾸는 근본적인 사항이다.

 

현대전에선 적 방공망 사정권 밖에서 교전하는 능력이 전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갖는 핵심으로 여겨진다.

 

러시아·중국이 장거리 네트워크 방공체계를 구축하면서, F-22·35 스텔스기를 제외한 다른 전투기는 방공체계 돌파 과정에서 심각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러시아·중국 방공망 밖에서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내륙 지역을 공습할 능력을 지니는 것이 중요해졌다. 스톰 섀도우와 재즘 이알, 타우러스를 비롯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중요성이 재부각되는 이유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전시되어 있다. 게티이미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탑재 여부는 전투기 임무를 크게 확장한다. 일반적인 전투기는 우크라이나 F-16처럼 근접지원과 방어적 임무를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이란 공격에 투입된 F-16은 재즘과 전자전 포드를 사용해서 장거리 타격전과 전자전 능력을 갖췄다. 이를 통해 먼 거리에서 이란 미사일 전력과 방공체계 등을 파괴·교란하는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적 방공망 위협 범위 밖에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쏘면, 항공력 소모 위험을 걱정하지 않고도 지속적인 압박이 가능해진다. 전쟁에서 공중공격 압박 강도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같은 능력은 평시에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장거리 타격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잠재 적국의 행동을 억제하는 힘을 지닌다.

 

KF-21 전투기가 경남 사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를 지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위력이 다시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은 기존에 개발됐던 미사일을 더 만드는데 적극적이다.

 

영국은 스톰 섀도우, 프랑스는 스칼프 미사일의 생산 재개 방침을 밝혔다. 차세대 미사일 개발 전까지 기존 미사일 재고를 확충해 전략적 타격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라팔을 도입한 인도는 스칼프 미사일을 선택했다.

 

이란 전쟁에서 막대한 양의 정밀유도무기를 사용한 미국도 재즘 계열 미사일 확충에 적극적이다. 미 국방부(전쟁부)는 재즘 이알 등을 최우선 생산 탄약 중 하나로 지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4300발의 재즘 계열 미사일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론 1만1000발 이상을 비축하는 것이 목표다.

 

FA-50 경공격기가 국산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한 채 시험을 위한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가장 성숙한 옵션은 검증된 무기

 

KF-21은 공군 전력화와 수출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KF-21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개발중인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을 탑재한다.

 

공군은 F-15K에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운용하므로, 천룡 미사일 개발과 전력화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다.

 

하지만 KF-21 수출 시장은 다르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전시장에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잠재적 구매국 입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무기를 갖고 실전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 크다. 시험 결과가 아무리 우수해도, 충분한 운용경험과 실적이 쌓이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반면 복수의 구매국이 있고 기술적 검증이 이뤄진 미사일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전투기 시장에서 KF-21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기종들은 검증된 기체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패키지로 갖췄다. 라팔은 스칼프, 타이푼은 스칼프·스톰 섀도우·타우러스, 그리펜은 타우러스, F-16은 재즘을 장착한다.

 

KF-21도 잠재적 고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미사일을 갖출 필요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국 공군이 쓰고 있는 타우러스 미사일은 500㎞ 수준의 사거리와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 스페인이 사용중이다.

 

KF-21 양산1호기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임무계획 소프트웨어, 정비 메뉴얼, 조종사 훈련 체계 등이 검증된 상태에서 갖춰져 있다. 한국 공군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훈련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도 있다. 획득·유지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서 구매국이 쉽게 운영할 수 있다.

 

타우러스의 기술적 장·단점이 알려져 있는 것도 장점이다. 어떤 전자전 환경이나 지형 등에 취약한 지를 미리 알면 작전 투입 전 대비할 수 있다. 이제 갓 개발된 미사일은 이같은 사전 조치가 쉽지 않다.

 

KF-21은 한국 공군 주문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없다. 수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다.

 

수출에 성공하려면 검증된 육·해·공 타격 수단을 갖춰야 한다. 그 중에서도 장거리 타격력은 KF-21에 전략적 성격을 부여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쉽게 높이는 핵심 요소다. 성능이 입증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수출용 KF-21에 신속하게 통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