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에 근접하는 듯 보였던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교전을 벌였다. 위태롭게 유지됐던 양국 간 휴전은 결국 좌초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볍게 툭 친 것’이라며 휴전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향하던 가운데, 미군은 이란의 이유 없는 공격을 저지하고 자위 차원 공격으로 반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군이 USS 트럭스턴호와 라파엘 페랄타호, 메이슨호 등 미 구축함 3척을 향해 다수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고 소형 선박을 출동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중부사령부는 “접근하는 위협을 제거하고, 미사일·드론 발사기지와 지휘통제소 등 미군을 공격한 데 책임이 있는 이란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부사령부는 확전을 추구하지 않지만,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군 자산이 타격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공격을 받은)3척에는 아무 피해도 없지만 이란에는 막대한 피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구축함 3척과, 거기 승선한 미군들이 대이란 해상봉쇄에 다시 가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정상 국가가 아니라 미치광이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이며, 만약 핵무기를 사용할 기회를 가진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그들은 결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오늘 우리가 그들을 다시 무너뜨렸듯이, 그들이 빨리 (종전) 합의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폭력적으로 그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재차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교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BC뉴스 레이첼 스캇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군이 이란의 공격에 맞서 단행한 보복 공격은 “단지 가볍게 툭 친 것(love tap)”이라고 밝힌 뒤, ‘휴전이 끝났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휴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유효하다”고 답했다고 스캇 기자가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소개했다.
이란군은 8일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내 선박과 민간인 지역을 공격해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이날 이란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군이)자스크 인근 이란 영해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던 이란 유조선 한 척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 인근에서 호르무즈해협으로 진입하던 또 다른 선박 한 척을 공격했다”고 알렸다. 이어 “미국은 일부 지역 국가의 협조를 얻어 반다르 하미르, 시리크, 게슘섬 해안을 따라 민간인 거주 지역을 공습했다”고 덧붙였다.
이란군은 미군의 휴전 협정 위반에 대응해 보복 공격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해군은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미군 구축함 3척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어 공격받은 미군 구축함은 오만만 방향으로 재배치 중이며, 이란 해군은 오만만에서도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 밤부터 8일 새벽에 걸쳐 이란과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는 교전에 따른 폭발음이 잇따라 감지됐다. 이란 국영 통신 IRNA는 수도 테헤란 서부 지역에서 두 차례의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으며, 방공 시스템이 가동됐다고 보도했다. 7일 오후 10시쯤에는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와 인근 호르무즈해협의 게슘섬 일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보도했다. 이란 남부 도시 미나브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메흐르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미나브에 있는 이란 해군 기지를 공격했으며,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교전으로 한때 힘을 받던 미·이란 종전론은 급속히 동력을 잃는 분위기다. 교전 전날인 6일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 진전이 있다며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선박들의 탈출을 유도하는 ‘해방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만간 이란과 종전 합의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14∼15일로 예정된 자신의 중국 방문 전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미·이란이 종전 합의안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양측의 교전이 발생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