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화장실에서 다른 학생을 불법 촬영해 중징계를 받은 고등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학교 측의 징계 절차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울산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송재윤)는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재학 중이던 A군이 울산강남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결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A군 승소 판결을 했다고 8일 밝혔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울산의 한 고등학교 1학년이던 A군은 지난 2024년 8월23일 오후 5시40분쯤 학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던 다른 학생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가 적발됐다. 학교 측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A군은 같은 해 11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소년법 처분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울산강남교육지원청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학교폭력대책심위원회를 열었다. 학폭위는 A군의 행동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정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A군에게 별도의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A군은 이러한 징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군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강남교육지원청이 학교폭력예방법을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 제5조 제2항의 ‘성폭력은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돼 A군이 소년법에 따른 처분을 이미 받았다”면서 “이는 다른 법률에 따른 절차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이뤄져,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학교폭력예방법상 처분은 가해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적용을 할 때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아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가해자에 대해 별도의 징계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가해자의 근무장소 변경·전보 등의 조치, 피해자가 전학 및 편입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제도’가 마련돼 있다”면서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성폭력에 대해 학교폭력예방법 적용하지 않더라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