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개헌안 필리버스터 신청에… 우원식 “상정 안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 본회의에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졸속 개헌’이라 주장하며 헌법 개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자 우 의장은 “더 이상의 의사 진행이 소용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구상은 끝내 무산됐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청 인원을 소개한 뒤 곧바로 준비한 발언을 시작했다. 우 의장은 “의사일정 1항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며 “헌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가든 부든 의결할 수 없어 의사결정권을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들어와서 표결을 해서 부를 던지든지 가를 던지든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데 무슨 무제한 토론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진보 여권 주도 헌법개정안 의결 시도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하며, 본회의 산회 선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필리버스터는 소수 의견을 가진 이들이 자기 의견을 알릴 수 있도록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보장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아서 투표 불성립에 대해 다시 (표결)하는 건데, 여기에 무제한 토론을 하는 것은 무제한 토론 제도 남용”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헌법 개정안 투표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면서 이날 다시 본회의를 개회한 우 의장은 “39년 만에 개헌을 무산시키지 않기 위해 오늘 다시 본회의를 열었다”며 “그런데 필리버스터로 응답하는 걸 보니까 소용이 없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며 “6월3일 개헌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절차는 오늘로써 중단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직접적인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 의장은 “매우 아쉽고 정말 몹시 안타깝다”며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의 개헌을 무산시킨 국힘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개헌 협의가 부족하다는 국민의힘 주장에는 “그동안 의장이 숱하게 제안했다”며 “그때마다 거부하고 대답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힘”이라고 반박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5월 임시국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 발언을 듣던 중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헌법 개정안과 다른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우 의장은 이날 대한민국헌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 표결과 50개 법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울분을 토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찬 것”이라며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을 필리버스터까지 걸면서, 이러고도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로 선고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헌법 개정안에 더해 이날 본회의에 상정 예정이던 50개 비쟁점 법안까지 모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데에 “이런 필리버스터는 정치가 아니라 ‘민생 인질극’”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인 우 의장 임기는 오는 29일로 종료된다. 우 의장은 “그동안 의장이 수차례 요청했지만 불발됐던 개헌특위를 후반기에는 반드시 구성하기 바란다”며 “여야 모두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께 분명한 개헌 시간표를 제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발언 중간에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우 의장은 “민생법안까지 막는 이런 무도한, 국민과 국회 어디에도 아무 이득이 없는 무책임한 관성은 규탄받아야 마땅하다”며 산회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