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은 공부 많이 한 분들” 삼성전자 지부위원장 발언 설왕설래

일각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 비판 제기
“하청과 연대하면 사회적 지지 안 받겠나”

삼성전자 최대 노조를 이끄는 최승호 노조위원장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둘러싼 여론이 분분하다.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란 발언이 대놓고 하청 노동자들을 차별한 것이라는 지적과 미숙할지언정 솔직하다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연합뉴스

최 위원장은 최근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하청업체도 성과를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선을 그으며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청 노조가 원한다면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 될 일”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부족한 연대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내에는 3개 노조(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동행노조)가 있는데 초기업노조는 7만명이 넘는 규모로 가장 크다. 동시에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같은 상급 노총에 속해 있지 않다. 상급 단체가 없는 만큼 타 기업 노조와 연대할 유인도 없는 셈이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이 같은 인식이 더 나아가 하청 업체 노동자들과 연대할 이유도 없다는 논리로까지 뻗어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성배 ‘생산직’ 발언과 뭐가 다른가”

 

‘연대’라는 거창한 이념까지 이야기할 것도 없이 발언이 지나치게 정제되지 않았다는 시민들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노조위원장이면 어느 정도 상식선에서 받아들여질 만하게 말하는 게 맞지 않냐”며 “같은 말이라도 ‘성과급은 직군이나 업무별로 차등이 있을 수 있다’고 표현하면 안 됐을지 아쉽다”고 했다.

 

최근 삼성 경력 문제로 공방을 벌인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경선 토론이 떠오른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경선 토론에서 양향자 후보와 이성배 전 아나운서는 설전을 벌였다. 당시 이 전 아나운서는 “삼성전자 어디서 근무했나”고 묻는 양 후보를 향해 “생산직으로 입사하셔서 잘 모르실 텐데, 기획부서·본사 입사자들은 굉장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생산직을 비하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최 위원장의 차별적 표현은 문제지만 내용상 문제는 없다는 주장도 공존한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건 노조로서 할 수 있는 주장이며, 하청 노조가 공식 요청하지 않았는데 여타 노동자를 먼저 챙겨야 할 책임은 없다는 취지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15% 요구가 아주 과도하다 보지 않고, 성과급을 받으면 세금도 자연스레 많이 내서 결국은 사회로 돌아가는 몫이 생긴다”며 “노조가 과하다는 사측 입장을 국민 입장이라고 포장하는 언론 등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청노조가 직접 교섭하면 될 일’은 틀린 말

 

최 위원장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성과금 분배를 하청 노조가 원한다면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법상 임금은 원·하청 간 교섭 대상이 아니다. 다만 하청노조의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될 시 임금이 교섭 의제로 오를 수는 있는 구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하청의 임금은 원하청 단가 조정을 통해 풀 문제라는 것을 잘못 표현한 것 같다”며 “그러나 하청이 단가를 올려달라고 하면 당장 일감이 끊기는 처지여서 현실적으로 그런 요구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에 노조를 둔 SK하이닉스 노조처럼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도 연대임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규모나 액수가 크진 않지만 원청노조가 받는 성과금 일부를 하청노조와도 나누고, 이를 확산하려는 이야기도 한다”며 “초기업노조 역시 먼저 연대임금을 제안하면 사회적 지지도 뒤따라 오지 않겠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