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증시 모두 잇따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대형주 위주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 상승은 소수 빅테크들이 이끌고 있으며 한국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S&P 500지수 랠리가 소수 기업에 주도되면서 취약성에 대한 경고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4월 이후 지난 6일까지 S&P 500 지수는 12% 넘게 급등했지만 주도주와 그렇지 못한 종목 사이의 명암 차이는 더 커지고 있다. 알파벳, 엔비디아, 아마존, 브로드컴, 애플 등 5개 빅테크는 4월 이후 S&P 500지수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투자은행 UBS 애널리스트들은 지수 성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종목 수를 나타내는 ‘유효 종목수’가 지난 주 42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유효종목수는 수 십년간 일반적으로 100 안팎이었다.
스위스 은행인 시즈 뱅크의 트레이딩 책임자 발레리 노엘은 “시장 전반이 견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기술 및 인공지능(AI) 종목들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을 뿐”이라며 “나머지 대다수 종목은 훨씬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시장의 취약성 위험을 높인다”며 “만약 AI 관련 종목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꺾인다면 시장의 하락 폭은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에는 S&P 500 동일가중지수가 S&P 500 지수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지만, 4월 이후 강세장에서 이 흐름이 역전됐다. S&P 500 지수는 시총 가중 방식으로 산출돼 빅테크의 영향력이 큰 반면, S&P 500 동일가중지수는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된다.
자산운용사 DW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매들린 로너는 이란 전쟁을 한 요인으로 꼽았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비(非)기술 업종들의 이익 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기술업종의 1분기 이익 성장률은 40%를 넘었다. 반면 금융업종은 1%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그쳤고, 헬스케어 업종은 오히려 실적이 감소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미국 주식 수석전략가 벤 스나이더는 지난 주 투자자 메모에서 최근의 랠리가 “미국 주식시장 폭을 최근 수십 년 중 가장 좁은 폭 중 하나로 밀어 올렸다”며 “급격히 축소된 시장 폭은 단기적으로 S&P 500의 하락 위험 신호”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6000을 돌파한 이후 7000선으로 오르는 동안 시총 증가분의 77%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은 약 1040조원 증가했는데, 증가분 중 삼성전자 시총은 386조원, SK하이닉스는 415조원이었다. 두 종목 증가분만 801조원인 셈이다.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에 가까워졌다.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선 지난 6일 기준 두 회사가 코스피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02%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00개 종목이 상승한 반면 하락 종목은 679개에 달해 K-자형 장세가 뚜렷했다. 이에 따라 대형주의 업황이 꺾일 가능성이 대두될 경우 증시 전체가 크게 조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