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개정, 5월 처리 안갯속… 주요 쟁점은 [기웃, 기후]

기후특위 활동기한 이달 29일
5월 처리 목표에도 쟁점 합의 난항

국회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법안을 심사하는 기후위기 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과 내년도 예산 반영 일정을 고려하면 당초 목표였던 5월 내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부처 간·위원 간 이견이 팽팽하다.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전날(7일) 개최했다. 여섯 번째 열린 법안소위였지만 온실가스 감축 속도, 탄소예산 명시 등 핵심 쟁점 사항들에 대한 위원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날도 별다른 의결사항 없이 회의는 마무리됐다.

이창훈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후위기 특위 활동기한은 이달 29일까지다. 일각에서는 특위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졸속 심사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려면 5월 안 처리를 원칙으로 법 개정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매년 3월 말 재정경제부가 편성 지침을 내리면 각 부처별로 5월 말까지 예산안을 제출하고, 재경부가 이를 취합해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탄소예산’ 고려해서 감축 목표 설정?

“정량적 근거 될 것” vs “아직 국제기준도 없어”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탄소예산’을 고려할지 여부다.

 

탄소예산은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온도 상승을 1.5℃ 또는 2℃ 이내로 억제한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 우리가 더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 한도를 말한다. 잔여탄소배출허용총량(Remaining Carbon Budget)이라고도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제한하는 목표 온도(1.5~2.0℃)와 확률(17%·33%·50%·67%·83%)에 따라 추정된 전 지구적 탄소 예산을 제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50%의 확률로 지구 온도를 2℃ 내로 억제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한도를 1조3500억t(2020년 기준)으로 제시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중 ‘탄소예산 설정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 수는 6개다. 그중 더불어민주당 서왕진·이소영·위성곤 의원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해 산출한 탄소예산을 고려하도록 규정했다.

 

반대로 탄소예산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만큼 법률에 명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국제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용어를 법에 명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고, 같은 당 김소희 의원도 탄소예산을 백데이터로 활용하는 방식 등도 있으니 법률 명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처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기획예산처는 국가별 탄소예산을 배분하는 방법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짚었고, 산업통상부도 이미 법적으로 관리 중인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별개로 탄소예산까지 법제화할 경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부문별 중장기 감축목표 한 번에 제시?

“20년 앞 내다보자” vs “미래 불확실성 커”

 

또 다른 쟁점은 ‘온실가스 감축 속도’다.

 

국회는 법 개정을 통해 5년 단위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김소희 의원은 매년 일정하게 줄이는 방식(선형 감축안)을, 민주당 이소영·위성곤·박지혜·윤준병 의원과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초반에 더 빨리, 많이 감축하는 방식(조기 감축안)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조기 감축안의 경우, 각 의원 별로도 제시하는 5년 단위 목표 수치가 달라 통일된 하나의 안을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5년 단위 외에도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 계획기간을 법률 안에 명시할지 여부도 논의의 중심에 서 있다.

 

현재 발의한 법안에는 정부가 중장기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년(또는 2050년까지) 계획기간으로 해 산업, 건물, 수송, 발전, 폐기물 등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관련해 기후부는 “기술진보 등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5년 단위 목표 외 부문별·연도별 목표를 한 번에 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부칙 등으로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 설정 기한을 세분화하는 방법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후부는 2031년~2034년 연도별 감축 목표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 후 다음해 말까지 수립하고, 2036년~2039년 연도별 감축 목표는 2040 NDC 제출 후 다음해 말까지 수립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산업통상부도 “현행 NDC 체계는 5년 주기로 NDC를 수립·제출하고, 그 이듬해 말까지 해당 NDC 달성을 위한 연도별·부문별 감축 목표를 수립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이행가능성과 기업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현행 체계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현재 국회가 개정 중에 있는 탄소중립기본법은 2024년8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지속적인 탄소 감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법률에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2030년까지만 제시돼 있고, 2031~2049년 감축 목표는 빠져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청소년·영유아·시민단체가 제기한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헌법소원)이 발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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