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절대 안 먹습니다”…심장외과 의사가 끊은 식탁 속 4가지

만성질환 사망 28만명 육박…술·가당음료·흡연·흰빵이 혈관 흔든다
2024년 비감염성 질환 사망 비중 78.8%…사소한 습관이 건강 갈라
냉장고 속 탄산음료부터 정리…작은 선택이 만드는 혈관 방어선

“저는 절대 안 먹습니다”

 

늦은 밤 무심코 집어 든 맥주와 크림빵, 반복되는 작은 습관이 혈관 건강에는 예상보다 큰 부담으로 쌓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

늦은 밤 불 꺼진 주방에서 냉장고 문이 열린다. 시원한 맥주 캔 하나, 달콤한 크림빵 하나면 하루의 피로가 잠깐 풀리는 듯하다. 문제는 이런 선택이 아주 사소해 보인다는 데 있다.

 

9일 질병관리청이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 등을 분석해 발간한 ‘2025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비감염성 질환 사망자는 28만2716명이다.

 

전체 사망의 78.8%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성 질환 등 장기간 누적되는 질환과 관련됐다. 하루 한 캔, 한 조각, 한 잔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몸은 매일 반복되는 선택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술은 ‘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알코올은 간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로 분해된다. 이 물질은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반복 노출될 경우 혈압과 심혈관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심장외과 전문의 제러미 런던은 술을 자신이 피하는 대표 습관으로 꼽았다. 그는 알코올이 몸 전체에 독성을 줄 수 있다며, 금주가 자신의 생활을 바꾼 큰 결정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음주 습관도 가볍게 볼 수 없다.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9세 이상 성인의 월간폭음률은 37.8%였다.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뜻이다.

 

가벼운 회식, 주말 맥주, 잠들기 전 한 잔이 반복되면 부담은 조용히 쌓인다. 일상의 유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달콤한 형태로 다시 찾아온다.

 

◆문제의 핵심은 ‘탄산’보다 설탕이다

 

탄산음료의 문제는 거품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액체 형태로 빠르게 들어오는 당이다. 가당음료는 씹는 음식보다 포만감이 약하다. 하지만 당과 열량은 짧은 시간 안에 몸속으로 들어간다. 목 넘김은 시원하지만, 혈당과 대사 부담은 그보다 오래 남는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이 여성 간호사 집단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가당음료를 하루 8온스, 약 240mL씩 더 마실 때마다 50세 미만 조기 대장암 위험이 16% 높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가 곧바로 인과를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일 마시는 단 음료가 장기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경고로 읽을 수 있다.

 

‘한 캔쯤은 괜찮다’는 생각이 매일 반복될 때 위험은 커진다. 냉장고에 탄산음료를 채워두지 않는 것만으로도 첫 번째 방어선은 세워진다.

 

◆흡연은 혈관 안쪽부터 손상시킨다

 

흡연은 폐만의 문제가 아니다. 담배 연기 속 유해물질은 혈관 안쪽 내피 기능을 떨어뜨리고, 혈액이 엉겨 붙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과정도 빨라질 수 있다.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은 남성 36.0%, 여성 6.9%였다. 여기에는 일반 궐련뿐 아니라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도 포함된다.

 

건물 밖 흡연구역에서 몇 분간 피운 담배 한 개비는 금세 끝난다. 하지만 니코틴과 연기 속 유해물질이 혈관에 남기는 흔적은 그보다 길다.

 

질병관리청은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권고한다. 금연 후 1년 정도 지나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금연은 늦었다고 의미가 사라지는 선택이 아니다.

 

◆빵 전체보다 ‘정제 탄수화물’을 경계해야

 

런던은 흰 빵, 파스타, 단과자처럼 정제 탄수화물과 당이 많은 식품도 피한다고 밝혔다. 모든 빵이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섬유질이 적고 빠르게 흡수되는 정제 탄수화물이 식탁의 중심이 되는 경우다.

 

흰 빵과 크림빵, 달콤한 과자는 먹는 순간 만족감이 크다. 그러나 소화와 흡수가 빠른 만큼 혈당도 빨리 오르고 내려간다. 허기가 다시 찾아오면 또 단것을 찾는 흐름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악순환은 왜 생겼을까. 바쁜 일상에서 끼니가 ‘빨리 먹고 끝내는 음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침엔 흰 빵, 오후엔 달콤한 음료, 밤에는 맥주와 과자. 하루 전체를 놓고 보면 혈당과 혈관을 흔드는 선택이 촘촘히 이어진다.

 

질병관리청의 심뇌혈관질환 예방수칙은 통곡물, 채소, 콩,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권고한다. 미국심장협회도 정제곡물보다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권한다.

 

한 심장외과 전문의는 술·가당음료·흡연·정제 탄수화물을 피해야 할 대표 생활습관으로 꼽았다. 게티이미지

현실적인 해법은 극단적인 금지가 아니다. 흰 빵을 통곡물빵으로 바꾸고, 크림빵 대신 견과류나 삶은 달걀을 곁들이는 식으로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혈당이 덜 출렁이면 허기도 덜 흔들린다.

 

거창한 건강 계획은 오래가기 어렵다. 대신 냉장고 안에서 탄산음료를 빼고, 식탁 위 흰 빵을 줄이고, 술 약속을 한 번 덜 잡는 선택은 오늘 당장 가능하다.

 

늦은 밤 주방 앞에서 맥주 캔 대신 생수병을 꺼낸다. 작아 보이는 그 선택이 내일 아침 혈관에 남는 부담을 조금 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