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대란에 비닐봉투까지 흔들려…유통가 ‘친환경 봉투’가 뜬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통 현장의 비닐봉투 수급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매장 운영에 꼭 필요한 포장재가 비용 부담을 넘어 공급 리스크로 번지자, 폐비닐 재활용과 생분해성 소재를 앞세운 유통·식품기업의 ESG 경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10일 한국환경공단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23년 생활폐기물 중 비닐류 발생량은 43만7000t으로, 2022년 41만5000t보다 2만2000t 늘었다. 비닐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이미 발생한 폐비닐을 다시 원료로 돌리는 자원순환 체계가 더 중요해진 이유다.

 

현대백화점은 폐비닐 자원순환 프로세스 ‘비닐 투 비닐(Vinyl to Vinyl)’을 통해 재생산해 비축해둔 100L 비닐봉투 20만장을 압구정본점 등 백화점 13곳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등 아울렛 6곳, 총 19개 점포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물량은 해당 점포들이 약 3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비닐봉투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친환경 캠페인이 실제 운영 리스크를 줄이는 ‘비상 재고’ 역할까지 하게 된 셈이다.

 

비닐 투 비닐은 2024년 6월 현대백화점과 HD현대오일뱅크가 공동 개발한 폐비닐 자원순환 프로세스다. 현대백화점이 백화점과 아울렛에서 발생한 비닐을 1t 단위로 수집·압축해 HD현대오일뱅크에 전달하면, HD현대오일뱅크가 이를 열분해해 새 비닐봉투로 제작한 뒤 다시 현대백화점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새 봉투를 덜 쓰는 수준이 아니다. 매장에서 나온 폐비닐이 다시 매장 운영에 필요한 봉투로 돌아오는 구조다. 원료 가격이 흔들릴수록 이런 순환형 조달 모델의 체감 가치는 더 커진다.

 

CJ제일제당은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앞세웠다. 서울 중구는 지난달 24일 CJ제일제당과 업무협약을 맺고 PHA 종량제봉투 35만장을 제공받기로 했다. 봉투는 10L와 20L 두 종류로 제작되며, 도로 청소와 주민 대상 재활용품 종량제봉투 교환사업 등에 활용된다.

 

PHA는 사탕수수 등 식물 유래 당을 먹고 자란 미생물이 발효공정을 통해 만들어내는 생분해성 소재다. 석유계 플라스틱 비닐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꼽히며, 토양과 해양 등 다양한 환경에서 분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생분해 소재 전문 브랜드 ‘PHACT’를 론칭한 뒤 PHA 적용 제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PHA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도 친환경 소재 상용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흐름은 ESG가 더 이상 선언형 구호에 머물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흔들리면 포장재 하나도 기업 운영의 변수로 바뀐다. 결국 친환경 봉투는 ‘착한 이미지’가 아닌 비용, 공급망, 폐기물 관리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실질적 경영 과제가 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닐봉투는 매장 운영에서 작지만 끊기면 바로 불편이 드러나는 품목”이라며 “재활용 원료 확보와 대체 소재 적용은 앞으로 비용 대응뿐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