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반도체 호황에 2027년까지 역대급 초과세수 가능성…재정, 유연한 시야로 접근해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사이클’로 2027년까지 역대급 초과 세수가 쌓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세입 추계 등 재정 정책에 있어 더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뉴스1

김 실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코스피 7500 그리고 1만의 문턱 앞에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한민국의 재정과 거시 전망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기초로 움직인다. 그런데 이번 반도체 호황은 기존 GDP 체계가 포착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GDP(체계)가 틀렸다는 게 아니다”면서도 “(문제는) 반도체처럼 품질 개선 속도가 가격 변화를 압도하는 산업에서는 기존 통계 체계가 현실 변화를 너무 느리게 반영한다는 데 있다”고 짚었다.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 현실을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수치는 무역수지, 수출 데이터, 기업 영업이익 등으로, 시장은 이들 숫자를 보고 움직이고 있는 반면 정책은 확인된 GDP와 확정 통계를 기다리며 뒤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제 진짜 중요한 대목은 재정이다.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년과 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중심의 구조 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면 재정 역시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에다가 고소득 반도체 인력의 소득세,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연쇄 효과까지 감안하면 역대급 초과 세수가 쌓일 수 있지만, 현 정책 시스템으로는 이를 빠르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게 김 실장의 분석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나타난 반도체 호황기 당시 세입 추계에 실패했다는 점을 소환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2021년과 2022년 코로나 이후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초과세수가 발생했으나 세입 전망과 예산은 현실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며 “반대로 2023년과 2024년엔 업황이 꺾이면서 세수 부족이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기중립적 추세보다 직전 연도의 경기 상황이 다음 해 세입 추계에 강하게 반영되는 방식 때문”이라며 “호황 다음엔 세수 부족이, 불황 다음엔 초과 세수가 나타나는 역설이 여기서 비롯된다. 세입과 예산이 실제 산업 사이클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번 반도체 사이클 규모가 코로나19 직후 때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 오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 나올 2026년 수정 전망이 첫 번째 분기점”이라며 “그 전망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2027년 세입 추계와 예산 총량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지금 다시 봐야 하는 건 지수 자체가 아니라, 그 지수를 해석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며 “시장에서는 이미 새로운 숫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오래된 감각과 기준으로 그것을 이해하려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향후 반도체와 주식 시장 전망과 관련해선 “적어도 2027년까지 메모리 중심의 특수가 이어질 가능성 자체는 시장도, 업계도,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림”이라며 “주가는 결국 이익의 함수다. 이익 전망을 믿는다면, (코스피) 1만이라는 숫자 역시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현실화 가능한 경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