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업무 순식간에 ‘뚝딱’… 공직사회도 AI ‘붐’

과기정통부 개발팀 ‘AI 사피엔스’

정식 조직 아니지만 5명 의기투합
직원 업무 경감 위해 서비스 개발
내부서 호응… “타부서 확산될 것”

정부 부처 공무원들도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개발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앙부처 중 처음으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팀을 꾸려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시간이 많이 들고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해 직원들이 주요 업무에 집중하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직원 5명으로 구성된 ‘AI 사피엔스’가 AI 기반으로 개발한 업무 자동화 시스템을 지난달 20일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AI 관련 주요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향을 수집·분석해 요약한 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 등 간부진과 실무진에게 공유하는 기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사피엔스의 이재호 서기관(오른쪽 아래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과 배준기·심항섭·이지성 사무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피엔스 제공

기존엔 직원 5∼10명이 각자 30분∼1시간씩 하던 업무였는데, AI 프로그램은 이를 3분 만에 수행한다. AI 사피엔스 팀을 이끄는 인공지능정책기획과 이재호 서기관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AI가 필터링과 번역, 요약 등을 한 번에 처리한다”며 “출근 시간 영향도 받지 않아 매일 오전 8시에 자동으로 공유된다”고 설명했다.



사피엔스는 정식 조직은 아니다. AI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AI를 업무에 선도적으로 활용해보려고 팀 참여자를 모집했고, 컴퓨터공학 전공자와 개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본업을 하면서 개발도 한다. 2012년 수학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한 이 서기관은 “공직 사회에서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가 많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며 “AI를 활용하면 정책 수립 같은 본질적인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내부 반응도 긍정적이다. 챗봇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면서 직원들 업무 경감에 도움이 됐다. 이 서기관은 “개인이 AI를 활용하는 사례는 많지만 조직 차원에서 서비스 형태로 만들어 쓴 사례는 흔치 않다”며 “이런 시도가 다른 부서로도 퍼질 것”이라고 봤다. 부처 고위 관계자들도 사피엔스에 힘을 실어주며 행정 혁신 사례를 타 부처에 확산해보자는 의지를 보인다고 한다.

최근 AI 모델 성능이 좋아지고 AI 에이전트 기술이 등장하면서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 범위가 넓어졌다. 사피엔스가 앞서 1차 결과물을 만들고, 고도화해 공유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에 불과하다. 사피엔스는 출장 정산과 회의록 작성을 자동화하거나 대용량 예산 보고서 등을 정리하는 프로그램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향후엔 국산 AI 모델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AI 서비스 기업에 맡기지 않고 직원들이 개발에 나선 데 대해 이 서기관은 “내부 업무 특성을 가장 잘 아는 건 조직원들”이라며 “기술 난도가 높지 않은 영역은 내부에서 빠르게 구현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했다.

가장 큰 과제는 ‘AI로 무엇을 해결할지’ 정하는 일이다. 이 서기관은 “기술보다 어려운 건 문제 정의”라며 “여러 직원이 공감할 과제를 찾고, 다른 부처에서도 활용 가능한 범용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일상 업무에 AI 도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공무원도 AI를 활용해 업무 추진 방식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