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한국의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새삼 각광받는 부산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등장한다. 북항지대에 들어설 부산오페라하우스다. 이 공간을 어떻게 시작하고 채울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불붙었다. 그 도화선은 최대 115억원을 들여 개관공연으로 초대하겠다는 이탈리아 오페라 명가 라 스칼라 극장의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다.
◆부산의 새로운 명물
새 오페라하우스 개관공연을 둘러싼 격론은 지난 4월 부산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불거졌다. 부산시가 내년 9월 6일부터 11일까지 5회 일정으로 짜인 라 스칼라의 ‘오텔로’ 개관공연 사업 예산안을 제출하면서다. 부산 공연에선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텔로’를 3회 공연하는 도중에 부산콘서트홀에서 라 스칼라 필하모닉 연주 1회·라 스칼라 합창단 베르디 ‘레퀴엠’ 공연 1회가 더해진다. 악단과 합창단, 출연·제작진을 합쳐 400여명이 10~15일 부산에 체류해야 할 정도로 대규모 공연인 만큼 총사업비는 105억~115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평균 티켓가격은 45만원 정도라는 게 부산시가 시의회에 내놓은 설명이다.
◆‘일회성 행사’ 대 ‘딴죽걸기’
라 스칼라 부산 공연에 대한 가장 거센 반발은 지역 예술계에서 나왔다. 지난 7일 부산광역시오페라단연합회와 부산예술인연대 등은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 스칼라 초청공연 중단을 촉구했다. 부산시 지역 오페라 예산 지원이 연간 2억2000만원에 불과한데 한 차례 개관공연에 100억원대를 투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오페라계 내부에선 과도한 일회성·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연이야 훌륭하겠지만 개관공연으로 적합한지, 어떤 자산을 남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주류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준의 오페라극장 개관공연으로서 ‘라 스칼라 초청’은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라는 찬성 목소리도 크다. 한 공연·기획 전문가는 “수천억 원을 들여 그만한 오페라하우스를 지었는데 개관 행사는 좀 시선을 끌 만한 세계적인 프로덕션을 해야 한다. 이걸 막겠다는 건 ‘잔치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동네 오페라 할 거면 그냥 지금 있는 문예회관에서 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라 스칼라 초청을 ‘마중물’로 설명하며 “이런 작품을 간간이 하면서 오페라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와 제작 역량 등을 같이 키워나갈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라 스칼라 출연진과 함께 국내 성악가로 별도 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론가로 활동 중인 성용원 작곡가는 이번 일로 오페라계 구조적 병폐가 드러났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정부 지원금 1억원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를 하지 못해 무산된 사례를 거론하며 “내가 먹지 못하니 같이 먹는 밥상을 엎어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예술인 일자리 창출하라고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하는 건 아니고 시민들이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진정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과제는 제작역량
부산오페라하우스가 풀어야 할 최대 난제는 결국 개관공연 이후 어떻게 운영할지다. 부산시는 2022년 ‘공공극장의 제작극장화’를 오페라하우스 핵심 운영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2022년부터 매년 합창단·오케스트라·발레단 등의 시즌단원을 공개 모집해 왔다. 그런데 작곡가 최우정·작가 배삼식에게 위촉한 창작오페라와 라 스칼라 개관공연 이후 시즌 프로그램 방향 등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 청사진이나 설명이 나온 바 없다.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 운영주체인 클래식부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운영방안을 구상 중이라는 입장이다. 신설 극장 공연 기획과 준비에 1년4개월은 빠듯한 시간이다. 빠른 시일 내 부산오페라하우스 안에 자체 제작역량이 확보되어야 역대급으로 기록될 라 스칼라 개관공연도 유효한 자산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