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헌법 개정 시도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을 놓고 여야 정치권은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개헌안 처리가 무산됐다며 하반기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뒀고,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분한 숙의 없이 밀어붙인 개헌이었다며 맞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5월 임시국회 제2차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헌법 개정안과 다른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우 의장은 이날 대한민국헌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8일 개헌안 표결 무산 후 국민의힘에 대한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하반기 새로 선출되는) 국회의장이 당연히 이 시대, 상황에 맞는 개헌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개헌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개헌안 투표과정에서 사용한 것을 문제삼았다.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3분의 1 이상의 의석수를 가진 국민의힘이 개헌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신청한 것은 제도를 악용한, 주객이 전도된 꼴이라는 것이다. 한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악용 사례에 대해 국회법 개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투표 무산 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끝내 헌법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들은 국가의 안위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개헌마저 반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개헌 내용에는 공감하면서도 절차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충분한 숙의 없이 개헌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며 “여야 합의 없는 독재 개헌은 기필코 국민과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같은 회기 내 개헌안 재상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7일 (본회의에서) 분명히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을 했기 때문에 의결 정족수를 넘긴 것이고, 의결 표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부결된 것”이라며 “한 번 부결된 안건을 동일한 회기 내에 다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 역시 같은 날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반헌법적이고 헌법파괴적인 행동들을 계속하면서 지금도 국회에서 개헌을 하겠다 한다”며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