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권준영 기자] 끝난 줄 알았던 챔피언결정전이 다시 살아났다. 벼랑 끝에 몰렸던 고양 소노가 혈투 끝에 부산 KCC의 스윕 우승을 저지하며 반격의 1승을 만들어냈다. 배수의 진을 친 소노는 끝내 마지막 집중력에서 앞서며 시리즈를 다시 고양으로 끌고 갔다.
소노는 1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4차전에서 부산 KCC를 81-80으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은 1승 3패.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PO) 막차를 탔던 KCC는 이날 승리 시 사상 첫 ‘정규리그 6위 우승’과 함께 4연승 스윕 우승까지 완성할 수 있었지만, 소노의 거센 저항에 가로막혔다.
경기 전부터 양 팀 사령탑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둔 KCC 이상민 감독은 “상대가 가진 모든 걸 쏟아낼 경기인 만큼 우리도 오늘 한 경기 모든 걸 다 쏟아붓고 잘 마무리해야 한다. 선수들도 ‘오늘 끝내보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벼랑 끝에 몰린 소노 손창환 감독은 물러서지 않았다. 손 감독은 “늘 진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항상 이기려고 했다”면서 “오늘 선수들이 다시 힘을 내준다면 끝까지 치고받고 싸우고 싶다”고 밝혔다.
손 감독은 이날 경기의 핵심으로 수비와 리바운드, 그리고 정신력을 꼽았다. 그는 “이번 시즌 미팅을 가장 심플하게 했다”며 “어제 경기에서 수비가 안 된 부분, 리바운드, 상대 수비가 갖춰지기 전에 움직이는 것, 정신력까지 네 가지만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3차전 종료 직전 KCC 숀 롱에게 결승 자유투를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했지만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손 감독은 “상대 패턴을 어느 정도 예상했고 작전타임 때도 대비했지만 패스가 정말 절묘하게 들어갔다”며 “그 한 명의 실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1패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의 배수진은 코트 위에서 그대로 구현됐다. 소노는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 수비와 빠른 공격 전개로 KCC를 흔들었다. 에이스 이정현과 임동섭, 케빈 켐바오의 활약이 빛났고, 네이던 나이트와 이기디우스 모츠카비추스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승욱의 헌신적인 수비와 이재도의 결정적인 블록슛 이후 속공 장면 역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쿼터 초반은 팽팽했다. KCC는 최준용과 숀 롱을 앞세워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기선을 잡는 듯했다. 그러나 소노는 나이트의 덩크를 시작으로 켐바오와 김진유의 3점슛이 연달아 터지며 경기를 뒤집었다. 켐바오와 이정현의 공격이 살아났고, 이기디우스는 2점슛 3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결국 소노가 24-16으로 1쿼터를 마쳤다. 1쿼터 KCC는 숀 롱이 7점, 최준용이 6점을 올렸고, 소노는 켐바오와 이기디우스가 각각 6점, 이정현이 5점을 기록했다.
2쿼터에서도 소노의 기세는 이어졌다. KCC를 약 4분 동안 무득점으로 묶으며 점수 차를 벌렸다. 이정현과 임동섭의 외곽포는 계속 림을 갈랐고, 나이트도 화려한 덩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2쿼터 중반 숀 롱이 이정현과의 경합 과정에서 반칙 판정을 받자 이상민 감독이 강하게 항의하는 장면도 나왔다. 허웅과 송교창이 반격했지만 소노는 전반을 47-36으로 앞선 채 마쳤다.
그러나 KCC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3쿼터 들어 특유의 폭발적인 화력을 앞세워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최준용의 연속 3점슛을 시작으로 외곽포가 연이어 터졌고, 숀 롱의 자유투까지 더해지며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허훈의 경기 조율 속에 공세를 이어간 KCC는 결국 64-61로 역전에 성공하며 3쿼터를 마쳤다.
마지막 승부처에서 더 침착했던 쪽은 소노였다. 4쿼터 내내 시소게임이 이어진 가운데 KCC는 종료 3.6초 전 허훈이 자유투 2개 중 1개를 성공시키며 80-80 균형을 맞췄다. 패색이 짙던 순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장면이었다.
승부는 마지막 공격에서 갈렸다. 이정현이 종료 0.9초를 남기고 골밑 돌파 과정에서 최준용의 파울을 이끌어냈고, 자유투 2개 가운데 1개를 성공시키며 길었던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정현은 결승 자유투를 포함해 3점슛 6개와 함께 22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네이던 나이트는 15점 12리바운드로 골밑을 지켰고, 임동섭도 14점으로 힘을 보탰다.
KCC에서는 숀 롱이 25점 14리바운드로 분전했고, 허훈이 18점 12어시스트, 최준용이 17점 8리바운드, 허웅이 11점을 기록했지만 끝내 패배를 막지 못했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소노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챔피언결정전의 불씨를 다시 살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