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술에 취해 잠든 여자친구의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4부(허양윤 고법판사)는 폭행치사 등 혐의를 받는 A씨 사건에서 최근 검사와 피고인이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7월2일 오후 6시43분부터 이튿날인 7월3일 오전 12시25분까지 경기 안성시 양성면 한 도로에 세워둔 승용차 뒷좌석에서 만취 상태로 잠든 50대 여자친구 B씨의 머리 부위를 수십회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일 B씨 주거지와 편의점 앞 노상 테이블에서 술을 마신 뒤 피해자를 차에 태워 자기 집으로 향하던 중 그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 주거지 주차장에서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탑승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이들이 타고 있던 차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가 B씨에게 욕설하며 여러 차례 폭행하는 음성이 담겼다. 부검 결과 B씨의 사망 원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머리부위 둔력 손상’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347%로 매우 높았다는 점을 들며 “피해자 머리 부분을 수회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급성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었기에 폭행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원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 역시 술에 만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A씨의 주장도 기각했다.
1심은 “당시 피해자가 지나친 음주로 급성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었던 점이 사망에 복합적으로 일부 기여했다 해도,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주된 원인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것에 있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데리고 차를 직접 운전해서 집까지 무리 없이 주차를 하고, 중간에 지인과 통화하면서 사실과 다르게 집에 잘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한다. 현재도 반성보다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둥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며 “만취한 피해자의 머리 부위 등을 상당한 시간 동안 지속해 폭행할 당시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일부 범행을 자백하고 있는 점, 사망에 급성 알코올 중독 상태를 스스로 야기한 피해자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역시 “당시 상황이 녹화된 차량 블랙박스 자료와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의 횟수 및 정도 등이 단순·경미한 폭행을 상당히 뛰어넘는 수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폭행과 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