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걷는 듯’…12만명 몰린 日 한류 축제 [특파원+]

“타다이마.”

 

제로베이스원 멤버가 일본어로 ‘다녀왔다’고 말하자 팬들이 “오카에리”(어서 와)라고 답하는 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케이콘(KCON) 재팬 2026’가 열린 10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멧세. 케이콘의 하이라이트인 엠카운트다운 스테이지 헤드라이너로 나선 제로베이스원의 역동적 무대에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몸을 흔들며 열광했다. ‘오빠 여기 봐줘’처럼 한글로 쓴 피켓을 든 현지 팬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린 ‘케이콘(KCON) 재팬 2026’ 마지막날인 10일 엠카운트다운 스테이지에 출연한 K팝 아티스트들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CJ ENM 제공

2012년 미국 어바인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축제로 자리잡은 케이콘의 올해 첫 번째 행사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일본에서 열렸다. 주최측인 CJ ENM에 따르면 올해 행사장을 찾은 관객은 약 12만 명. 코로나19 대유행기를 제외하곤 매년 열린 일본 케이콘에는 최근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리고 있다.

 

대형 전시장 마쿠하리멧세 1∼8번홀에 만들어진 행사장에는 INI, JO1, 코르티스, 앤팀 등 33개 K팝 아티스트들의 무대 외에도 K뷰티, K푸드, K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300개 마련돼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멋, 맛,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는 ‘Walk in SOUL CITY’라는 주제로 마치 지하철 노선을 따라 서울 뚜벅이 여행을 하는 듯한 동선이 연출됐다. 예를 들어 ‘K푸드 라인’을 따라 걸으면 비비고, 농심 너구리, 삼양 불닭볶음면, 이삭토스트 등을 잇달아 맛볼 수 있는 식이다.

 

관객들의 휴식 공간에도 돌담벽과 바닥 영상을 통해 청계천에서 쉬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는 포장마차 거리처럼 꾸민 K푸드존에는 쿠룽지, 두바이쫀득쿠키, 김밥, 떡볶이 등 한국의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보려는 이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참여 기업들에게 케이콘은 한국 상품·문화에 대한 경험을 후속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행사 때 4만8000여명이 다녀간 올리브영은 2019년 한국에서 시작한 뷰티페스타를 해외로 확장하려는 첫 시도를 이번에 일본에서 했다.

‘케이콘(KCON) 재팬 2026’ 행사장에 차려진 올리브영 페스타 부스. CJ올리브영 제공

164평 규모 공간에서 55개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일본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 몰’ 회원 가입과 쿠폰 수령 등의 미션을 완료하면 각종 화장품 샘플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일본 고객들이 한국 관광을 오면 올리브영 매장을 필수 코스처럼 찾지만, 정작 일본에서도 이들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일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면서, 연간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랭킹존’도 마련해 어떤 제품이 인기인지를 알려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삼양푸드 재팬은 편의점에서 라면, 아몬드, 카레 등 각종 제품을 둘러본 뒤 올여름 출시 예정인 ‘불닭볶음면 스위시’를 한강변에서 먹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부스를 꾸몄다. 삼양푸드 재팬 관계자는 “요즘은 일본에서도 매운 음식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매운 게 힙하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며 “2019년 일본 법인 설립 후 매출이 매년 25%가량씩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3년 연속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삼성 갤럭시를 비롯해 트래블월렛,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총 16개 스폰서사 역시 현지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젊은 여성들이 대거 모이는 만큼 KDDI 등 일본 기업들도 참여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케이콘(KCON) 재팬 2026’ 행사장 내 삼양식품 부스가 한강 라면을 먹는 듯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지바=유태영 특파원

올해는 K스토리 존이 신설돼 한국 영화 등을 보다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는 CJ 4DPLEX의 스크린엑스(SCREENX)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신형관 CJ ENM 음악콘텐츠사업본부장은 “K팝을 넘어 K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된 이번 케이콘은 글로벌 팬들이 직접 체험하고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케이콘은 오는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