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단순히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 아니다. 정책이 국민의 삶 속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혜자가 그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고, 필요할 때 즉시 손을 내밀 수 있는 체감도와 접근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2019년 출범한 아동권리보장원의 인지도 수준은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설립된 지 어느덧 7년 차를 맞이했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국민에겐 낯선 기관이다. 아동복지시설 현황 자료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전국에는 ‘아동’ 명칭을 사용하는 민간단체와 시설이 6400여개에 달한다. 이러한 명칭의 유사성으로 인해 국민은 아동권리보장원이 가진 국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 이는 곧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과 보호자가 적기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책적 제안을 할 수 없는 높은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정익중 국가아동권리보장원장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하지만 이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한다.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5월12일부터 아동권리보장원은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어 재탄생하게 된다. 이번 기관명 변경은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니다. 아동정책에서 국가의 책임성을 법적·상징적으로 강화하고,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가교 역할을 더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국가적 차원의 약속이다.
명칭 변경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정책적 지향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가가 아동보호체계를 더 넓고, 더 깊고, 더 촘촘하게 챙겨나가겠다는 의지다. 보건복지부 아동 학대 주요 통계에 의하면, 매년 수만 건에 달하는 아동 학대 의심 신고와 학대 피해 아동의 재학대 문제는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이다. 이는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데이터 중심의 증거 기반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여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빈틈없는 보호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둘째, 국가가 부모 등 보호자와 함께 양육과 보호를 공동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다. 대한민국은 심각한 저출생 위기와 양육 부담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 양육은 부모 등 보호자 개인의 고군분투에 맡겨둘 일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과업이다. 취약계층 아동 통합지원서비스부터 지역 중심의 돌봄 서비스 체계화까지, 국가는 ‘공동 양육자’로서 보호자의 짐을 나누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할 것이다.
셋째, 국가 기관으로서 아동정책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다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지표는 우리에게 더 강력한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 당사자의 의견을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통로를 확대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로 이어지도록 조정자 역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동이 단순한 보호의 대상만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라는 사실이다. 이는 아동을 단순히 미래의 주인공으로만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당당한 ‘현재의 시민’으로 대우하겠다는 의미다. 아동이 겪는 오늘 하루의 결핍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내일 또한 밝을 수 없다.
아동의 현재가 바뀌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진다. 이번 명칭 변경이 ‘아동의 현재’를 바꾸고,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바꾸는 시대적 전환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은 이를 증명하는 변화의 중심에 서겠다. 새롭게 출발하는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이 우리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