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인버스’ 잇단 출시… 증시 변동성 커진다

증권사, 점유율 확대 경쟁 예고

주가 수익률 2배 추종 ‘레버리지’
삼전·닉스 16개 ETF 5월말 출시
업계 “최대 5.3조 자금 몰릴 전망”
대형사들 상장 초기 물량전 준비
중견사는 ‘곱버스’ 출시로 차별화

투자 손실도 ‘곱절’ 늘어날 가능성
악재 발생시 시장 전체 충격 우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막바지 조율 단계에 접어들었다. 자본력이 풍부한 대형사는 주가가 오를 때 수익이 배가되는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하고, 중견사는 주가가 내릴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으로 차별화한 전략을 펴고 있다. 대규모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이 상품이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투자자 손실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한화·키움·하나 등 8개 자산운용사가 제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ETF 16개 품목에 대한 증권신고서 및 상장을 심사 중이다. 당초 상장일은 22일로 예정됐으나 약관 심사와 당국 간 일정 조율 절차를 거치며 이달 말 정식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함박웃음 11일 코스피 지수가 4% 넘게 급등하며 사상 최초로 7800선을 넘어선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주가지수와 SK하이닉스·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324.24포인트(4.32%) 오른 7822.24로 마감하며 ‘팔천피’(코스피 8000)까지 177.76포인트만을 남겨뒀다. 연합뉴스

이번 상품은 종목당 편입 비중 제한이 100%까지 확대되면서 출시가 가능해졌다. 그간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홍콩 등에 상장된 고수익·고위험 단일종목 파생상품을 ‘직구’하는 쏠림 현상이 심화하자, 당국이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고자 제도를 개편한 것이다. 이미 홍콩 증시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순자산이 약 8조원에 달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기록됐다. 국내에서도 이번 상품 거래를 위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사전교육 수료자는 10일까지 2만7386명을 기록할 정도로 대기 수요가 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운용사와 중소형 운용사가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 초기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댈 수 있는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사는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신한·한화자산운용은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내는 ‘곱버스’(인버스 2배) 상품을 출시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단기 매매용 상품인 만큼 중소형사로서는 일시적인 하락 구간의 틈새 수요를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이번 상품 출시가 국내 증시 수급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사례를 적용하면 기존 보통주와 반도체 ETF 영역에서 자금이 이동하며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에 최소 1조7000억원에서 최대 5조3000억원의 자금이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상품 구조상 매일 발생하는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 수요가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은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직전 관련 주식과 파생상품을 대규모로 매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종목에 악재가 발생할 경우 변동성이 시장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특히 주가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을 반복할 경우 수익이 깎여나가는 ‘역의 복리효과’ 탓에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되더라도 원금이 빠르게 녹아내릴 위험이 존재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6개 상품이 동시에 상장해 파생시장과 현물시장으로 수급이 쏠리면 시장 충격의 진폭은 과거보다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재홍 연구원 역시 “상장 초기 자금이 첫 5거래일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 이후 단기 변동성 급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상품 간 수익 구조에 차이가 없는 탓에 초기 점유율을 뺏기지 않으려는 운용사들의 마케팅 및 보수 인하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브랜드 인지도와 초기 유동성을 장악한 소수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업체로서는 인버스 등 틈새 상품으로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