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봇이 튀긴 솥, 닦는 건 결국 사람… 산재 26% 늘린 ‘조리로봇’의 역설

인력난에 사고 늘자 대책 제시
서울 3년간 12개교 15대 보급
작년 산재 183건… 26%나 급증
“조리로봇 뒤치다꺼리만 늘어”
고령층 다루기 어려워 불만도

서울 성북구 남대문중학교 조리실무사 A씨는 2023년 12월 급식실 안에서 김치 찌꺼기를 밟고 넘어져 크게 다쳤다. 왼쪽 무릎뼈가 으스러져 수술받은 뒤 3개월간 휴직했다. 근무 경력 11년 차였지만 부족한 일손에 서두르며 움직이다가 사고를 피할 도리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휴직 뒤 일터로 복귀한 그는 비슷한 사고를 또 당할까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일한다.

A씨처럼 서울 공립 학교 급식실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규모가 지난해 총 183건으로 2024년(145건) 대비 26.2%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급식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해 조리로봇을 확대했는데 현장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공립 학교 전체에서 보고된 산재는 총 276건으로 2024년 232건 대비 19.0% 늘었다. 이 중 급식실에서 발생한 산재는 2022년 95건에서 매해 늘어나 지난해 183건이었다. 시설관리(7건), 미화(7건) 등 여타 분야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력난 지속에 이른바 ‘급식 산재’가 계속되자 시 교육청은 급식로봇을 대책으로 내놨다.

전국 시 교육청 중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2023년 4대, 2024년 1대, 지난해 10대가 총 12개교에 설치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로봇 뒤치다꺼리만 늘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7년 차 조리사로 서울 노원구 노원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곽미란씨는 “점심 급식 뒤 오후 청소 일이 정말 힘든데 로봇도 기기인지라 청소 난도가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로봇이 자기가 튀긴 솥을 닦진 못하지 않냐”며 “로봇이 아닌 동료(사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3일 서울시 용산구 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실 채용 미달 문제 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다.

동선을 효율적으로 만들지 못할 경우 오히려 산재 위험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곽씨는 “익숙한 장소에서도 급하게 다니다 보면 회전 솥 손잡이 등에 부딪히는 사고가 잦다”며 “실제 로봇은 자리를 상당히 많이 차지해 동선이 답답해질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60세 이상 노동자도 많은데 그분들은 급식로봇을 다루기 어려워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특정 업무에서는 노동 강도가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19년 차 조리 실무사 B씨는 튀김이나 고기볶음 작업에서 신체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원래는 2∼3시간씩 튀김 작업을 할 때 손목으로 터는 과정에서 부담이 컸는데 그 작업을 안 해서 좋다”며 “전체 작업의 20% 정도는 도움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로봇 도입의 양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민영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상진료조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음식업 서비스 로봇 도입이 직무와 작업장 안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튀김로봇 도입으로 2시간 이상 반복적인 목 굽힘 등 팔과 어깨의 부담은 사라졌지만, 재료 투입 준비와 배출된 음식 정리 작업에 따른 새로운 신체 부담이 확인됐다”고 짚었다. 곽씨 말처럼 로봇 때문에 조리공간이 더 협소해졌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비상정지 버튼 활용 교육, 로봇 청소 시 안전 문제에서도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며 “정기 교육 등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안전을 담보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