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칼럼] ‘1가구 1주택’이라는 미몽(迷夢)

다주택은 ‘범죄’ 사회적 낙인 여전
장특공제 축소·보유세 수정 검토
수요 억제는 ‘똘똘한 한 채’만 조장
주거 안정과 質 향상이 목표 돼야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더불어민주당이 강령을 고치면서 경제 부문에 ‘실수요자 중심의 1가구 1주택’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정부의 다주택자를 겨냥해 내놓은 ‘징벌적’ 중과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이다. 급기야 민주당 진성준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은 ‘1가구 1주택’을 주거의 기본원칙으로 정하고, 집을 통한 재산증식을 금지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개정안은 강제규정은 없지만 1가구 1주택 보유 및 거주, 무주택 및 실거주자 우선 공급, 주택의 자산 증식 및 투기 목적 활용 금지 등 ‘주거 정의 3원칙’이 담겼다. 그해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 입장에서 못할 게 없었다.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세계 어느 나라를 살펴봐도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곳은 있지만, 주택 수를 제한하는 나라는 유례가 없다. 법안은 유야무야됐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헌법 정신을 무시하는 발상이 놀라웠다. 하지만 대선과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인이 ‘부동산 실정’으로 지목되자 2022년 8월 강령에서 ‘1가구 1주택’ 표현을 빼고 ‘실거주·실수요자’를 넣었다.

김기동 수석논설위원

4년여가 흐른 지금도 정부는 여전히 ‘1가구 1주택’이라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시즌이면 고위 공직자의 주택 보유 수가 핵심 검증 포인트다. 1가구 1주택이 청백리(淸白吏)의 상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는 정책 승인 논의 과정에서 다 빼라”고 했다. 심지어 “서류 복사하는 직원까지 다주택자는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다주택은 여전히 ‘범죄’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혀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자가보유율(2024년 기준)이 61%에 불과한 것이 못마땅할지도 모르겠다. 주택시장에서 공공 부문이 10% 안팎임을 고려하면 30%는 민간이 담당한다. 1가구 1주택이 설사 가능해도 문제다. 전·월세 공급이 없으니 직장, 결혼, 교육문제가 있어도 이사를 할 수 없다. 이주할 곳이 없어 재건축도 힘들다. 도시만 늙어간다. 다주택자나 민간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려 해도 갭투자 금지와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도 간과해선 안 된다.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건 인간의 욕망이다. 교육, 의료, 교통편의 등이 갖춰진 수도권과 지방을 단순비교해서는 곤란하다. 소득 증가로 집에 대한 수요는 고급화하고 있다. ‘강남불패’는 집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원하는 집’이 부족해서 나온 말이다.

10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부활했다. 과거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다. 경기부양과 집값 급등 사이에서 규제가 오락가락했다. 도입과 폐지를 반복해온 다주택자 중과 유예를 끊어낸 건 비정상화의 정상화라고 치자. 정부와 시장은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매물 잠김’이냐 ‘매물 출회’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와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집주인은 세 부담을 메우려 전·월세 가격을 올리려 할 것이다. 수요 억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열망만 키울 뿐이다. 양도세 중과를 앞둔 5월 첫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5% 올랐다. 서울 25개구 중 강남을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0.23% 오르며 10년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급이 막히면서 집값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0만6305가구로 2014년 이후 가장 적다. ‘1·29 대책’의 수도권 6만 가구 공급도 하세월이다. 설상가상으로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년 전보다 62.4%나 줄었다. 부동산 정책의 초점은 자가든 임대주택이든 주거 안정과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공급’이라는 해법은 외면한 채 투기 근절만 외치는 건 공허하다. 이젠 1가구 1주택의 미몽(迷夢)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는 부동산 정책이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을 오가는 ‘샤워실의 바보’ 소리를 들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