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특임공관장

특임공관장은 대통령이 특별한 외교 업무를 맡기기 위해 현직 외교관이 아닌 별도 전문가를 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중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외교관 출신보다 국내정치적으로 힘 있는 공관장들이 더 큰 성과를 거두곤 했다. 하지만 외교관으로서의 능력이나 특수 임무에 맞는 전문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인사권자의 뜻대로 임명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현지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영어마저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지인, 대사관 직원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등 자질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노무현정부는 “외교부 순혈주의를 타파하겠다”며 특임공관장 비율을 15%에서 3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非)외교관 출신 적임자가 많지 않아 기용은 20%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정부도 25%까지 늘리겠다며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까지 내보냈지만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윤석열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임명된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과 고교 동기로, 외교 경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부임해 ‘측근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임명된 재외공관장 중 약 60%가 특임공관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권 중 최대 규모다. 특임공관장 중에서도 비외교관 출신 비율은 78.6%에 달했다. 파견 지역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선호가 뚜렷하다.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재 특임공관장이 14명으로, 전체 특임공관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외교부가 ‘험지’로 분류하는 나라에 부임한 경우는 드물다. 특임공관장이 늘어날수록 직업 외교관들의 사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현 정부가 임명한 특임공관장 상당수도 대선 캠프 출신이거나 이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다. 김상호 주뉴욕총영사(전 하남시장)는 2018년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이 대통령과 선거운동을 함께했다. 줄곧 경제통이 부임해온 주OECD 대사에는 인권 전문가 출신인 백태웅 전 하와이대 교수가 임명돼 자질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임명된 김흥종 주영국대사는 2024년 이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재출범시킨 국가경제자문회의 위원이었다.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데, 이래도 되나.